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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딱하게 보기] SF가 고발하는 위선적 사회, 드라마 <4400>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었던 4400명의 사람들이 거대한 빛과 함께 돌아온다. 수십년간,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실종되었던 사람들이 돌아오자 정부에서 조사를 시작한다. 정말로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던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의도는 무엇인지 등등. 결국 확실한 의도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4400명의 사람들은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그리고 새로운 문제가 시작된다. 4400이 위험한 존재라면서 테러를 하는 사람도 나오고, 4400 역시 인간인지라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도 있다. 어떻게 본다면 <4400>은 낯선 사회에 들어간 타인들에 관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차별과 편견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로. 설정에서 알 수 있듯 <4400>은 일종의 SF스릴러이지만, 의외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스펙터클한 사건도 거의 없고, 기발한 수수께끼가 연이어 던져지는 것도 아니지만, 볼 때마다 여운이 남는다.

<4400>은 기성사회에 진입한 4400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진정한 이유를 찾아간다. 시즌1의 마지막에는, 미래의 인간들이 파멸을 막기 위해 행한 일이라는 것 정도를 알려준다. 하지만 ‘어떻게’인지는 모른다. 다만 돌아온 4400에게는 각자 특수한 재능이 주어진다. 누구는 예지력이 있고, 누구는 타인의 마음을 읽고, 누구는 치유능력이 있다. 그 사실을 안 사람들이 4400을 이용하려고도 하고, 누구는 진정으로 그들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엑스맨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수수께끼를 더하면서, 4400 개인의 내면과 슬픔 같은 것들을 천천히 풀어놓는다. <4400>은 SF스릴러의 가면을 쓰고,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한 독선과 편견 그리고 위선을 고발하는 서정적인 드라마이기도 한 것이다.

시즌2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아이들의 눈을 보기만 하면 재능을 발견하는 선생이 나온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조각을 가르친다. 아니 가르칠 필요도 없다. 너에게는 이런 재능이 있단다, 말만 해주면 아이들이 알아서 찾아간다. 공부 대신 엉뚱한 짓을 시킨다며 4400을 내쫓아야 한다고 화를 내던 부모들도, 아이들의 재능을 확인한 뒤에는 감동한다. 하지만 문제는 재능의 발견이 아니다. 세상에는 그런 탁월한 재능이 없는, 보통의 아이들도 있다. 한 아이가, 총을 들고 와서 선생을 겨눈다. 그리고 자기에게서도 재능을 찾아달라고 협박, 아니 애원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재능이 없다. 늘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처럼 되기는 싫다면서, 제발 자기에게 재능을 찾아달라는 아이. 그런 재능이 없어도, 아버지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호소하는 선생. 결국 아이는 호소를 받아들이고, 아버지 또한 회개를 하지만, 그 현실만은 도저히 어쩔 수 없다. 세상에서는 언제나, 재능이 있는 영웅만을 칭송하게 마련이니까. 보통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거들떠보지 않는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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