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으로 굳건히 자리잡게 된 데에는 30년대 대공황의 여파가 매우 컸다. 문화소비의 기회를 박탈당한 대중에게 기계 복제로 싼값에 무한 보급할 수 있는 영화는 유일무이한 오락도구였고, 대중의 빈곤에 기대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할리우드는 반대로 현실의 어려움을 잊게 해주는 현실도피적인 오락거리를 제공하였는데 그 대표적 장르가 뮤지컬이다. 원래 오페레타의 전통에서 발전되어온 뮤지컬은 대공황 동안 더 화려하고 새로운 스타일로의 변화를 추구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워너브러더스와 브로드웨이 출신 안무가 버스비 버클리가 있었다. 할리우드에서 워너 뮤지컬의 안무가로 영화 경력을 시작한 버클리는 기존 뮤지컬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추구한 워너 경영진의 의중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는데, 그가 브로드웨이에서 워너 뮤지컬로 가지고 온 것은 쇼걸과 코러스라인, 그리고 대칭의 미학에 기반을 둔 엄격히 통제된 안무 등이었다. 이것이 할리우드 특유의 화려한 복장과 스타덤 그리고 촬영, 편집, 특수효과(특히 칼레이도스코프) 등의 영화적 연출과 맞물리면서 통속적이면서도 동시에 기가 막힌 대중적 예술체험을 만들어냈다. 1930년대에 그가 안무에 참여하거나 직접 감독을 맡은 <42번가> <황금채굴자> 시리즈 등은 정형화된 인물과 각본이라는 영화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그 화려한 무대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흥행과 예술체험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성립된 버클리 뮤지컬의 전통은 전통 뮤지컬의 양식과 병립하면서 오늘날 <코러스라인>이나 최근작 <시카고>에까지 그 전통을 면면히 유지되어 내려오고 있다. 워너에서 발매한 <버스비 버클리 컬렉션>은 버클리가 워너에서 작업했던 최고의 뮤지컬 다섯편을 수록했다. 기념비적인 <42번가>와 <풋라이트 퍼레이드>부터 <황금채굴자> 시리즈 및 <여인네들>에 이르기까지 그를 대표하는 작품 대부분을 수록하고 있어 고전 뮤지컬 팬의 기대에 부응한다(기존에 출시된 <42번가> 등이 리마스터링을 통해 화질 개선이 이루어진 점이 무척 고무적이다). 영화 못지않게 유익한 부록들도 눈에 띄는데, 대공황 시대 경제상황과 연예산업의 관계를 재조명한 ‘루스벨트의 뉴딜정책과 브로드웨이의 대응’이나 버클리 뮤지컬에 대한 진지한 탐구인 ‘버클리 스타일의 연구’, ‘버클리의 칼레이도스코프 시선’ 등은 할리우드 상업주의 전통에 가려 영화사 서술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버클리의 영화제작자로서의 재능과 그가 이룩한 혁신적인 연출 기법과 뮤지컬 양식 전통 등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