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오락성을 갖춘 인기 교양, 예능 프로그램의 책 출간이 유행이다. 뜨는 프로그램은 베스트셀러가 되는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마인드 컨트롤’을 과학의 반열에 올려 화제가 됐던 한국방송의 다큐멘터리 〈마음〉을 글로 엮은 〈마음〉은 5월 둘쨋주에 교보문고 교양과학부문 베스트셀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을 출간한 예담출판사 쪽은 “책이 나온 지 한달도 안 됐는데 판매량이 1만5천부를 넘었다”고 밝혔다. 교육방송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재구성한 생태동화 〈하늘다람쥐의 숲〉과 어린이 대상 인기 프로그램 〈만들어볼까요〉를 각각 3월과 5월에 출간하며 어린이 도서시장을 파고들었다. 지난 4월28일에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 〈위기탈출 넘버원〉도 만화책으로 나와 한달도 안 돼 3쇄 2만부를 찍었다. 제작진은 책이 학습만화 붐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 2, 3권도 선보일 계획이다.
출간 사전 예약도 줄을 잇는다. 예능 프로그램중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상상플러스-올드앤뉴〉(연출 이세희)가 7월에, 교육방송 〈지식채널 e〉는 가을께 출간될 예정이다. 방송콘텐츠의 기획성 출판에 대해 교육방송 교육출판팀 이철호 과장은 “출판 시장에 방송 콘텐츠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이세희 피디는 “방송에서 내보내지 못했던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원소스-멀티유즈’ 추세”라고 전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미 시청자에게 인기를 끈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독자층이 확실한데다 신뢰성이 높다는 이점이 있다. 출판된 지 1~2년이 지나서도 10만부 가까이 팔리고 있는 〈비타민〉과 〈스펀지〉, 〈생로병사의 비밀〉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생로병사…〉 〈책으로 보는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편집한 출판사 가치창조의 백승선 편집팀장은 “3권까지 나온 〈생로병사…〉는 1권이 출간된 지 2년이 넘는데도 여전히 인기가 높아 20쇄를 찍었고 9만부가 팔렸다. 그 덕분에 출판사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 10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삼성출판사, 동아출판사 같은 대형출판사들도 황금알을 낳는 방송 출판에 뛰어들고 있다. 최고 작가만이 받을 수 있는 인세 10% 이상의 계약 조건도 관행이 됐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인기에 편승해 급조된 방송 출판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방송된 내용만 그대로 싣고 새로운 기획이 없는 책들도 눈에 띈다”고 비판했다. 내실있는 방송 출판물 기획을 위해선 “영국 비비시(BBC)채널이 출판전문 부서를 꾸려 사전 준비를 많이 하는 것처럼 방송사도, 출판사도 주먹구구식이 아닌 치밀한 기획 아래 완성도 높은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