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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연애시대’ 한지승 감독
글·사진 김소민 2006-06-01

“드라마 문법 맛보고 시청자와 교감 보람”

‘그렇게 아파도 행복은 그 정도’란 원작의 ‘행간 여유’ 맘에 들어 사랑은 믿지만 알 수 없는 것 영화로 복귀할 예정

〈연애시대〉는 영화 〈찜〉 〈하루〉 등을 만든 한지승 감독의 첫 드라마다. 그가 노자와 히사시의 소설을 바탕으로 다른 문법의 영상 세계에 발을 들인 까닭은 무엇일까? “행복은 졸리고 나른한 것, 그 정도의 크기라는 결론이 마음에 들었다. 원작에서 일상성과 행간의 여유가 눈에 띄었다. 자신을 반추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었다. 이혼한 뒤의 연애라는 비일상적인 상황을 일상적으로 그려보고픈 욕심도 생겼다.”

〈연애시대〉의 결론에 대해 시청자들은 시끌벅적했다. 첫사랑 유경과 결혼까지 한 마당에 동진이 은호에게 돌아가는 것이 억지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렇게 아파해 봤자 행복의 크기는 그 정도라는 것이다. 그걸 알기까지 주인공들은 고되고 예상하지 못한 과정을 건너야만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은호와 동진이 아이와 행복해했는데 원래는 둘이 집세 이야기하며 아이도 좀 혼내는 그런 장면이길 바랐다. 결론이 중요한 드라마는 아니다. 은호와 동진이 맺어지건 아니건 다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다만 희망은 아니지만 희망처럼 보이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 유경은 뭔가? “유경은 상처를 입었더라도 발전적으로 나아갈 인물이다.”

극중에서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한지승 감독에게 유경(문정희)은 중요하다.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오듯” 자신의 처지를 객관화해 보는 유경은 그렇기에 떠남을 결심할 수 있으며 그 순간에도 비디오 반납을 챙긴다. “시청자들이 유경의 시선으로 객관화해 두 인물을 봐 주길 바랐다.” 두 주인공의 감정선에 바투 다가가지 않기에 시청자는 주인공에게 몰입하기보다는 그 너머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여유를 누린다.

유경의 시선만이 아니다. 윤수(서태화), 준표(공형진), 지호(이하나), 이밖의 조연들도 중량감을 갖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여러 삶과 사랑을 함축하고 싶었다. 주인공들은 주변 인물 속 갈등까지 포괄할 수 있는 대표성을 띨 뿐이다.”

〈연애시대〉는 큰 이야기 줄거리 못지않게 촘촘히 박혀 있는 이야기 단초들이 감동을 끌어올린다. 예를 들면 라디오에서 고민 상담을 해주는 아버지가 딸의 전화를 받고 “은호야 행복해져라”라고 말하는 한 장면에서 감동받으려면 무려 15부까지 딸인 줄 알면서 모른척했던 그를 기억해야 한다. “16부까지를 한 편의 영화로 보고 어디에 복선을 배치해야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생각했다. 스태프들이 드라마는 3회부터 봐도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잘 몰랐다. 이게 시청률이 안 나온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웃음)”

그는 “영화와 드라마는 완전히 다른 문법을 지녔다”고 말했다. “영화는 집중하고 있는 관객에게 영상으로 말을 건다. 드라마는 빨래하면서도 봐야 하는 것이다. 영화가 소곤소곤 말하는 것이라면 드라마는 대놓고 소리질러야 전달이 된다.” 문법뿐이 아니다. 한국에선 드물게 방송 넉달 전부터 일찌감치 촬영에 들어가 반 정도는 사전 제작을 해뒀지만 후반에는 거의 일주일에 두편씩 찍어내야 했다. “찍어내기 바빴다. 이런 상황에서 잘 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해내느냐 아니냐가 문제일 듯하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시청자와 바로 교감할 수 있다는 건 큰 보람이었다. 시청자의 의견이 내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니 전체를 사전제작하는 게 꼭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고민중이다.”

〈연애시대〉는 사랑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랑을 믿고,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랑을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분명히 있는데 모르기 때문에 작업을 계속하는 게 아닐지? 다음 작업은 영화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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