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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 짙은 시인의 음악,
박혜명 2006-05-26

포크록은 다른 음악장르들에 비해 삶에 대한 포용력이 크다. 장르의 서정적 특색 때문인지, 포크록 싱어송라이터들은 삶의 어떤 고민과 맞닥뜨릴 때 냅다 봉기한다든지 뒷골목에 처박히는 게 아니라 우선 창밖을 내다보며 사색을 한다. 서러울 만치 따뜻한 햇살과 어울리는 소박한 기타 소리와 나지막한 목소리는 어쨌거나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겠네, 라는 작은 다짐으로 끝난다. 이런 음악이 여성에게서 나오면 정서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진다. 사라 맥라클란, 셰릴 크로, 조안 오스본, 토리 에이모스 등 90년대 포크록신을 이끈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은 큐빅처럼 자잘히 깎인 삶의 면면들을 섬세한 여성의 시선으로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녀들의 음악은, 단단하거나 질기지는 않더라도 결이 고와 뺨에 대면 부드럽다.

그녀들과 같은 시절을 빛낸 주얼의 신보 <Goodbye Alice In Wonderland>는 이같은 여성의 시선이 한결 성숙해진 앨범이다. 시집을 낸 적 있는 주얼은 앨범과 동명 타이틀곡인 <Goodbye Alice In Wonderland>에서 이런 가사를 쓴다. “우리는 환상을 먹고 비대해졌어요. 그래서 내가 떠나려는 거예요. 나는 현실을 찾아가요. 안녕,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런데 현실에서 그녀는 대중 앞에 선 엔터테이너다. 혹은 여섯줄짜리 악기를 들고 자신을 세상 앞에 납득시킬 만한 정의를 찾아다니는 떠돌이 시인이다(<Stephenville, TX>). 엔터테이너와 시인 사이의 모순을 끌어안은 채 끝도 시작도 아닌 곳에 있지만 그래도 잃을 것은 없다. 유치하고 징글맞았던 사랑을 회고할 때도, 어린 시절의 순진한 희망을 되새길 때도, 주얼은 삶에 주어졌던 모든 것들을 버리지 않고 다 끌어안겠다고 읊조린다. 이리저리 엉켜드는 멜로디는 물처럼 유영하며 쉽게 귀에 걸리지 않는다. 당연하다. 주얼의 신보는 멜로디보다 숨소리를 앞세운 음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