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간판 개그우먼은 ‘행님아’의 김신영이었다. 그러나 ‘행님아’가 끝난 지금,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가장 웃기는 여자는 ‘퀸카 만들기 대작전’의 네 여자들이다. 퀸카가 되기 위한 조건을 워킹, 애교, 노래 등으로 규정하는 그들은 나름대로 퀸카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모습은 실제 퀸카의 모습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물론 못생긴 여자가 예쁜 척하는 코미디는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퀸카 만들기 대작전’의 재미는 그들의 퀸카 되는 법 사이에 폭로되는 퀸카들의 진실에 있다. 퀸카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퀸카가 되기 위해 오늘도 남자 앞에서는 목소리부터 달라지는 퀸카들의 내숭과 가식은 여성들에게 조소의 대상이다. ‘행님아’에서 김신영이 때론 남자로 오인받는 상황까지 연출하며 외모가 곧 여성성의 척도가 되고, 못생긴 여자의 외모를 놀리는 웃음을 일으키는 기존 코미디의 공식을 따른다면, ‘퀸카 만들기 대작전’의 정주리는 자신의 외모를 웃음의 소재로 이용하되 여성이 ‘퀸카’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보여주면서 그것이 실제 여성성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함께 보여준다.
KBS <개그콘서트>의 ‘문화살롱’은 좀더 적극적이다. 초대 손님은 매주 우아한 척하지만 이내 진행자 신 마담의 공격에 걸려 우아한 여성 뒤에 있는 전혀 예쁘지 않은 ‘내용물’을 드러낸다. 10년 동안 국어책 읽는 연기를 하면서도 연기파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는 여자 연기자는 이내 “결혼 잘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실토하고, 각종 아가씨 선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여자는 얼굴에 집 한채 값은 족히 될 돈을 들였음이 탄로난다. ‘퀸카 만들기 대작전’과 ‘문화살롱’은 못생긴 여성의 외모 대신 예뻐지기 위해 자신마저 속이는 여성들을 공격하며, 그것은 끊임없이 남에게 보여지는 외모를 만들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의 현실과 밀착돼 있다. 이는 개그우먼들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무기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들은 늘 ‘예쁘거나 못생기거나’로 규정됐다. 못생긴 개그우먼은 인기는 얻되 놀림감이 되고, 예쁜 개그우먼은 예쁘지만 웃기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게 정설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여성 내부에서 소재를 찾는 것만으로도, 여성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재치있는 풍자로도 얼마든지 웃길 수 있다. <개그콘서트>의 ‘사랑의 카운슬러’에서 강유미가 스타와 결혼한 팬클럽 임원의 연기를 리얼하게 한 것만으로도 여성들의 박장대소를 이끌어낸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많은 여성들은 퀸카가 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자들은 퀸카냐 폭탄이냐로 여성을 나눈다. 하지만, 퀸카와 폭탄 따윈 필요없다. 적어도 사람 웃기는 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