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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탈출’로 엿본 일본식 성장기, <노부타 프로듀스>
김미영 2006-05-18

‘인기 짱’이 ‘인기 꽝’인 반 친구를 인기인으로 프로듀스하는 과정을 그린 일본의 청소년드라마가 선보인다. 2004년 문예상을 수상한 시라이와 겐 작가의 동명 소설 <노부타 프로듀스>가 원작이다. 소설에서는 급우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슈우지가 전학 온 뚱뚱한 남학생을 프로듀스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오랜 이지메로 자폐적인 성격을 가진 여학생 노부코를 변신시킨다는 설정으로 원작과는 조금 달라졌다. 노부타는 ‘들돼지’란 의미를 가지면서 왕따를 당하는 전학생 노부코의 비밀별칭. ‘왕따 노부코 변신 프로젝트’는 슈우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부잣집 아들 아키라도 함께한다. 슈우지는 자기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나 한탄하지만 반도 일행으로부터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노부코를 외면할 수 없다. 자신만의 세계를 간직한 노부코를 바깥으로 끌어내는 과정은 슈우지의 성장기도 동반한다. 슈우지는 학교는 학생이 사는 세상이니 이곳에서의 게임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냉소적인 성격으로, 겉보기엔 급우들과 잘 어울리지만 실제로는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등생과 열등생, 문제아가 등장하는 청소년드라마가 십대들의 우정, 사랑, 가족, 학교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노부타 프로듀스>도 프로듀스 과정 속에 살짝살짝 이런 문제들을 내비친다. 하지만 국내 청소년드라마가 다분히 계도적인 내용을 담아 문제에 접근하는 것과는 달리 가볍게 건드리며 가르치지 않고 깨닫게 하는 시선이 반갑다. 주인공들 못지않게 조연들의 캐릭터도 반짝거린다. 미남미녀 외에는 책을 서서 읽지 못하게 하는 서점 주인, 정문으로 들어오는 길이 멀다고 아무 때나 월담하는 할머니 교감선생님, 아들보다 철이 없는 슈우지의 아버지가 십대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한다. 일본 문화에 익숙한 이라면 아이들이 보여주는 SMAP 따라하기, 전차남 패러디를 보며 한번 더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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