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셨다.
골프 여제 미셸 위의 방한이 가져온 파급력은 단순히 스포츠계만 국한되지 않았고 일주일간 연예가를 장식했다. 이 17살의 천재 소녀는 언론에 자신이 좋아하는 국내 연예인들을 언급해 이슈를 만들었고, “‘미셸 위의 남자들’로 지명받지 못하면 스타가 아니다”라는 농담이 떠돌 정도로 화제가 됐다. 미셸 위는 동시대 여성들이 선망하는 남자 스타들을 호명함으로써 같은 문화권이라는 동질감을 형성했고, 그러나 그 스타들을 자기 눈앞으로 직접 대령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며 자신이 가진 스타파워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방송사 역시 미셸 위를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 방영, 독점 인터뷰, 자사 인기 오락 프로그램 출연 등 다양한 카드로 그와의 상부상조를 꿈꿨다.
미셸 위의 방한은 지난 4월을 달궜던 스포츠 스타 하인스 워드의 방한이 보여준 모습과 또 달랐다. 하인스 워드의 방한은 거친 환경을 딛고 일어선 현대판 영웅의 인간 승리기로, 혼혈에 배타적인 이 사회의 죄의식을 건드리며 짐짓 엄숙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재미동포 출신의 유복한 가정에 빼어난 미모, 신동 소리를 들으며 무섭게 데뷔해 경쾌한 행보를 이어가는 미셸 위의 방한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결합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지난 5월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미셸 위 특집편은 이미 미셸 위가 국내 연예계를 잘 알고 그 프로그램 자체를 즐긴다는 전제에서 시작됐다. 다만 미셸 위 자신의 이야기보다 그녀에게 간택받기 위한 9명 출연진들의 장기경쟁이 방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점은 골프 선수 미셸 위가 궁금한 시청자에게는 다소 지루한 장면일 수도 있다.
물론 ‘세계스타 미셸 위’의 위상을 높이는 데 알아서 달라붙는 다수의 남자 캐릭터가 일조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능력있고 빼어난 미모의 여성이 다수의 남자연예인들에게 구애를 받는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식. 이는 주요 시청자층의 대리 만족을 채워주고 스타 이미지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노련한 정석이다. 미셸 위가 <무한도전> 다음으로 택한 출연 프로그램이 여러 명의 연예인이 나와 자신의 세(勢)를 과시하는 SBS ‘X맨’이란 점도 굳이 우연은 아니다.
지난해 미셸 위가 프로 선수로 전환할 때 스포츠 선수 전문 마케팅회사 IMG를 두고 연예 전문 매니지먼트사 윌리엄 모리스를 택한 이유 이면에는 사실 현대의 대중이 기량있는 스포츠 선수를 떠나 매력적인 캐릭터 스타에 열광하고 싶어하는 수요를 파악해서일지도 모른다. 미셸 위는 10일간의 방한 기간 동안 스포츠 스타와 엔터테인먼트 스타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금, 새로운 스타형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소비할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