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궁>이 드라마 프로덕션 디자인 한계의 최대치를 높여 놓았고, SBS <연애시대>가 현실적인 대사와 시적인 영상 표현의 폭을 넓혔다면, 이번에는 역사의식을 거슬러 올라가 한반도 원년을 되짚어 보게 하는 드라마가 윤곽을 드러냈다.
5월 10일 압구정 CGV에서 MBC 창사 45주년 특별기획 <주몽>의 시사회 겸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연출을 담당한 이주한 PD는 "재현은 싫다. 그 시대의 꿈과 그 때 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추진력, 현대인들이 절대 느껴볼 수 없는 사극만의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을 그리고 싶다." 고 힘주어 말했다.
네 번째 사극 <주몽>을 집필하는 최완규 작가는 "비빌 언덕이 없었다"며 참고 자료 부족과 고증의 어려움을 신음 뱉어내듯 말했다. 그래서 고대 문헌의 몇 줄 기록이 전부인 고구려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개연성 있는 상상력' 으로 채워 넣고 싶다는 것.
"스케일이 너무 크면 캐릭터와 드라마가 죽는다. 차라리 인물의 감정 선을 따라가는 것에 주력하겠다." 고 이주한 PD는 말했지만 60분 간의 하이라이트 시사에는 뜻밖의 장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일대일 대결 전투 장면에서 느껴지는 긴장은 영화처럼 잘 계산되었고, 대형 전투 장면의 스케일 역시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전남 나주의 4만 5천 평 대지 위에 지은 오픈 세트는, 제작진들이 한민족 역사에 읽힌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게 한 좋은 무대가 되어주었다.
유머 넘치는 화술로 기자 간담회 특유의 뻣뻣한 분위기를 깨버리곤 했던 전광렬은 "사극 어려운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또 빠지게 됐다." 고 말하면서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각자의 악보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음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며 멋들어진 끝 인사를 남겼다.
일국, 내가 바로 고구려다.
<주몽>은 어떤 드라마?
5월 15일 첫 방송되는 60부작 월화 드라마 <주몽>은 우리 민족이 가장 거대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기계적으로 암기했지만 한 방울의 실감도 느낄 수 없었던 철기 시대가 바로 이야기의 배경이다. 주인공 주몽의 고구려 건국 투쟁사는 곧 철기 제작 비법을 알아내기 위한 노력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야기 만큼이나 출연진도 블록버스터급이다. 자신의 이름 ’일국’(한 나라)과 통일국가 고구려의 연관성을 이야기했던 송일국이 주몽역을, 한민족 최초의 여왕이자 여주인공인 소서노는 한혜진이 맡았다. 그 외 김형근, 전광렬과 허준호, 오연수, 진희경, 김승수, 이재용 등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들을 조연과 단역에까지 포진시켰다. 게다가 드라마 작가 계의 최고 스타인 <허준>과 <상도>의 최완규 작가, <다모>의 정형수 작가가 공동 집필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