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는 여러모로 억울하다. ‘배반한 사랑의 복수를 위해 위장취업을 감행한 평범한 노처녀의 취업기’라는 이 드라마를 두고 <청춘의 덫>을 리메이크했네,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염두에 뒀네 왈가왈부 말들이 많다. 물론 원인제공은 했다. 가진 것 없던 한 남자가 공인회계사가 된 뒤 7년간 사귄 조강지처(한채영)를 버리고 부잣집 여자(박은혜)에게로 가고, 버림받은 이 여인은 이를 악물고 복수를 감행한다. 우연히 만난 부잣집 남자(강지환)와 사랑에도 빠진다. 이종원-심은하-전광렬-유호정 라인과 한치의 오차도 없다. 전광렬과 유호정이 남매였지만, 박은혜와 강지환은 동료라는 관계가 다를 뿐이다. 30대 평범한 노처녀의 일과 사랑 성공기라는 점에서도 <내 이름은 김삼순>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진심은 복수와 용서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다. ‘불꽃놀이’라는 제목은 하나로 뭉쳐 있다 터지면서 여러 가지 빛깔과 모양을 내는 불꽃처럼 사랑 역시 다양한 모습을 닮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극중(2회분) 불꽃을 보며 사랑에 각기 다른 정의를 내리는 네 남녀의 장면을 1억원 들여 촬영한 것도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터지는 불꽃을 보며 나라(한채영)는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지만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라 말하고, 인재(강지환)는 “자기 몸을 태워가면서 상대방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 말한다. 승우(윤상현)는 “불꽃을 쏘아올리는 데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미래(박은혜)는 “멀리서 바라볼 땐 아름답지만 막상 손대면 위험한 것”이라 말한다. 사랑의 허무함, 희생의 가치, 작업의 정석, 불안한 사랑의 미래. <불꽃놀이>는 사랑의 의미를 좇느라 눈먼 사랑지상주의에 가까운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