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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있수다] 타로카드
김유진 2006-05-11

몇 년 전 타로카드를 배웠다. 원래 취지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혼합되어 있다는 타로카드를 통해서 재미있게 서양문화를 공부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취지는 취지일 뿐. 얼마 지나지 않아 타로점(占)을 배우는 데만 재미를 붙였다. 처음에는 친한 친구들을 데리고 임상실험(?)차 타로점을 보다가, 나름대로 정확도가 높아지자 ‘타로선녀’라는 요상한 별칭까지 얻게 되어 아주 가끔은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봐주게 되었다.

타로점을 봐주기 위해 사람들과 만나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타로점이 진짜 맞아요?’다. 사실 나는 이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타로카드가 미래를 알려주는 정확한 매커니즘도 알려진 게 없거니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옹호할 정도의 논리나 철학도 가지고 있지 않은 탓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타로카드가 미래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타로카드는 점을 치는 사람의 무의식을 바탕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흐름이나 원인, 상황, 결과의 흐름을 카드에 적힌 이미지를 통해 알려준다(다른 방식으로 타로카드를 보시는 분들도 있으므로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내가 배운 방식으로는 이렇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흐름’이다. 카드가 말하는 과거와 미래는 모두 현재에 근거한 흐름이다. 따라서 카드를 통해 나온 ‘미래’의 결과는 현재에 기반을 둔 것이므로 현재를 바꾼다면 여기에 연동되어 있는 미래 역시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미래를 예측하는 점이지만, 동시에 미래에 대해 다른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점에 대한 거부감이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면 타로는 이 부분에 대한 비난은 일단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적중률과는 다른 문제지만, 예측이 틀렸을 경우, 역시 시작부터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책임 회피의 여지를 만들 수 있기도 하다.

이쯤 되면, 카드를 보는 의미는 미래를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보다는 현재의 고충 해소 차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드가 말하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들었을 때의 쾌감, 그리고 그 정보와 고충을 공유하고 미래를 알려주는 타로 텔러와의 일시적인 교감. 결국 타로의 결론 역시 이거다. ‘답은 현재의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