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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by Me] 애매한 맞수
김유진 2006-05-11

달콤 찝찝 화기애매

영화 <사생결단>의 날라리 경찰 도 경장(황정민)과 자칭 마약 벤처 사업가 이상도(류승범)는 경찰-범죄자의 관계라고 규정짓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들은 다른 목적을 위해 상대방과 전략적 제휴를 불사하며, 또 상대방이 이제 쓸모없을 때는 과감하게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오묘한 연대감도 있으니, 그들을 서로의 적이라고 하기엔 난감하다. 그래서 이번에 꼽아본 이들은 모호한 맞수.

5위는 <LA 컨피덴셜>의 형사 버드(러셀 크로)와 에드(가이 피어스). 자기만 잘난 줄 아는데다 의욕까지 앞서 동료들에게 미운털 박힌 신참형사 에드와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주먹부터 나가는 버드는 기질상 전혀 조화될 수 없어 보이는 사이다. 실수와 오해로, 감정을 공동의 적을 수사하면서 만들어낸 유대감으로 전환했지만, 에드가 잠시 버드의 여자를 넘봤다는 점에서 5위.

<캐치 미 이프 유 캔>

4위는 일급살인 죄로 감옥에 갇힌 <시카고>의 벨마(캐서린 제타 존스)와 록시(르네 젤위거). 미모와 매력을 보아하니 이미 이건 경쟁구도다. 굳이 계기가 있다면 얍실한 변호사 빌리(리처드 기어)가 자신의 명예를 위해 시카고 최고 스타였던 벨마보다 코러스 가수였던 록시의 변호에 더 열을 올려 결과적으로 벨마의 자존심이 뭉게지고 록시의 거만함이 싹을 틔웠다는 정도. 단순하게 변화하는 관계지만, 결국엔 화해한 둘이 함께 꾸민 무대와 춤에 반해 4위.

3위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천부적인 사기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FBI 요원 칼(톰 행크스). ‘나 잡아봐라’-‘못잡겠다 꾀꼬리’ 뭐 이런 사이지만, 크리스마스마다 잊지 않고 통화도 하고, 서로 상대의 재능을 치켜세워주기도 한다. 프랭크의 애잔한 가족사를 안타까워하는 칼과 자신의 재능을 믿고 FBI에서 일하게 해준 칼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프랭크. 둘의 마음이 예뻐서 3위.

2위는 <스타 워즈>의 C3PO와 R2D2. 아나킨 스카이워커 표 C3PO와 아미달라를 위한 왕실용 로봇 R2D2는 격은 달라도 태생부터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인연. 허세가 넘쳐나는 말투에도 어리버리 ’고문관’출신임이 역력해 보이는 C3PO와 무뚝뚝하지만 각종 위기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R2D2는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달라 둘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투 때마다 거의 R2D2 신세를 지긴 하지만 야빈전투에서 부상당한 R2D2에게 C3PO가 기꺼이 떼어준 장기는 아무도 잊지 못할 듯.

<다운 위드 러브>

1위는 <다운 위드 러브>의 두 주인공이다. 남성에게서 해방하자는 내용의 칼럼으로 여성들의 인기를 얻은 바바라 노박(르네 젤위거)과 바람둥이적 근성으로 모든 여자들을 후리고 다니는 캐처 블락(이완 맥그리거). 이성에 대한 철학이 다르니, 연애학 관점에서 둘은 맞수임이 분명. 근데 서로 상대에게 접근해서 밀고 당기는 품이 예사롭지 않다.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는 가운데, 달콤한 러브송을 부르니, 이 모호한 남녀 맞수의 끝은 사랑? 그 달콤쌉싸래한 끝맛에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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