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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쿠바 거장의 연주,
박혜명 2006-05-05

베보 발데스/소니BMG 발매

쿠바 음악을 국내에 알린 1등 공신을 대라면 빔 벤더스의 음악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다. 이 다큐는 이브라힘 페레, 루벤 곤잘레스, 콤바이 세군도 등 뿔뿔이 흩어져 세상에 묻혀 살던 뮤지션들이 라이 쿠더를 통해 음악적 결합을 이루는 과정을 순수하게 담아냈다. 쿠바의 전설적인 뮤지션들은 부활했고, 영화는 쿠바 음악을 세계에 알렸다. 베보 발데스 역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쿠바 음악계의 전설이다. 그는 여든일곱살이다. 1948년부터 프로로 활동했는데, 국내 첫 라이선스 음반은 2004년에 나왔다. 플라멩코 보컬 디에고 엘 시갈라와 낸 듀엣앨범 <Bebo Y Cigala>이다. 베보 발데스 역시 뒤늦게 발견됐다.

사실 평범한 식견으로 남미 음악을 나라별로 따져 듣기란 쉽지 않다. 쿠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간의 음악적 차이를 설명한다는 건 엔카와 트로트를 구분하는 것만큼 섬세한 작업이다. 20세기 초의 쿠바 스탠더드와 발데스 본인의 작품들로 구성된 피아노 독주앨범 <Bebo>는 음악적으로만 설명하자면 클래식에 있는 안정된 화성과 남미 음악 특유의 리드미컬함, 선명하고 밝은 멜로디, 힘있는 터치가 특징이라고 하겠다. 동시대 재즈피아니스트 압둘라 이브라힘(남아공), 트리오 토이키트(핀란드), 재키 테라송(프랑스) 등이 가끔씩 연상되는 가운데 쿠바 음악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는 뮤지션이라 하니 이국적으로도 들린다. 경쾌한 일필휘지 같은 그의 연주의 최대 매력은 대중적이라는 점. 그래서 <Bebo>는 쿠바 음악의 정체를 알기 위해 들을 음반이라기보다 현대 재즈 애호가들의 귀를 새롭게 만족시켜줄 피아노 솔로 음반이라고 보는 편이 더 나을 듯하다. 쿠바 음악에 딱히 관심이 없더라도, 외면하고 나면 아까울 거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