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은 전설이다. 여기엔 몇개의 전제가 뒤따른다. 잭슨파이브 시절부터 드러난 음악적 재능, <Thriller> <Beat It> <Billy Jean> 등이 수록된 앨범 <Thriller>(1982)의 기념비적인 흥행으로 얻은 80년대 팝의 황제의 왕관, 1996년 <They Don’t Care About Us> 이후 실질적으로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는 음악 활동 그리고 그때부터 더욱 열렬히 따라붙기 시작한 아동 성추행 중심의 가십과 루머 꼬리표들. 팝의 황제이자 뮤지션 마이클 잭슨은 죽었다. 마이클 잭슨은 전설이다.
또 다른 전설이 있다. 1958년생인 마이클 잭슨과 동갑이자 흑인이며 비슷한 시기 데뷔했고 역시 미국의 80년대 팝시장에 군림한 왕자 프린스다. 여기에는 또 다른 전제들이 필요하다. 정규앨범 <Purple Rain>(1982)의 전세계 1800만장 판매고, <롤링 스톤>이 선정한 1980년대 베스트 앨범 100에 4장의 앨범을 올릴 만큼 공신된 음악성, 키보드와 기타, 드럼, 베이스까지 완벽히 다루는 연주실력, 모던록과 로큰롤, 펑크, 솔, 힙합, R&B, 재즈까지 흑백 장르를 모두 넘나드는 작·편곡 실력과 물을 필요없는 노래실력과 댄스실력, 자신의 음악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 20년간 소속돼 있던 워너뮤직과 법적 싸움을 벌이고 결과적으로 승리나 다름없는 성과를 이끌어낸 저항 의지. 프린스는 미국 팝신이 낳은 또 다른 전설이다.
여기 두 번째 전설로 소개한 왕자님이 스물네 번째 신보 <3121>을 발표했다. 지난 4월8일자 빌보드 팝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한 앨범이며, 전작 <Musicology>로 그래미 2관왕을 수상한 ‘음악학자’의 무한 창작열과 음악성을 과시하는 음반이다. 단순하고 능청맞은 리듬과 멜로디가 탄력있게 감겨들다가(<3121>) 단골 듀엣 파트너 타마르의 목소리와 뒤엉키면서 섹시한 트렌디팝이 흐르다가(<Incense and Candle>) 재지한 액세서리가 곁들인 고풍스런 발라드로 넘어갔다가(<Te Amo Corazon>(I Love You Sweetheart)) 새파랗게 젊은 뮤지션들도 무안하게 만들 업템포 힙합으로 흔들어대다가(<Black Sweat>) 달콤한 멜로디와 그루브한 리듬이 제대로 엉킨 복고댄스팝을 질러대다가(<Love>)!
음악적으로 이번 앨범은 <Musicology>의 다양성과 내공을 이어가면서도 좀더 섹시하고 짜릿하고 대중적이어서 좀처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마흔여덟살의 중년 아저씨의 음악이 이렇게 팔팔하게 살아 움직일 수 있나 싶은 의문과 감탄도 놓을 수가 없다. 버릴 곡? 단 하나도 없다. 음악적 자유를 지키려고 ‘프린스’란 이름을 버리면서까지 활동했던, 해마다 앨범 3장은 만들 수 있는 곡을 작업하면서 트렌디 팝과 과감한 실험 사이를 오갔던 왕자의 카리스마와 에너지는 끝을 모르고 분출한다. 그는 저항과 고집, 만만치 않은 음악성과 만만해 보이는 상업성을 모두 갖춘 지능형 팝뮤지션이기도 하다. 20세기 말의 영광을 한몸에 입었던 그는 21세기의 영광까지도 차지할 모양이다. 그는 그럴 자격이 있다. 프린스는 죽지 않았다. 그는 살아서 전설이 되었다. 다른 모든 살아 있는 전설들에게는 그의 이름이 전범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