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의사라고 가정하자. 사형을 앞둔 사형수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쓰러졌다. 치료해도 그는 곧 다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운명이다. 여기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아암 말기의 9살짜리 아이도 있다. 몇 만분의 1의 확률로 생기는 치명적인 다른 병이 이 아이에게 생겨 수술이 불가피하다. 수술이 잘못되면 아이는 바로 죽고, 수술이 잘돼도 고통스럽게 살 1년 정도의 수명을 보장받게 된다. 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케이블, 위성TV 영화채널인 OCN의 <하우스2>의 닥터 하우스는 이런 고민에서 망설임이 없다. 그는 오로지 희귀병의 원인분석과 치료에만 관심을 갖는다. 괴짜에다 괴팍하며, 히포크라테스 선서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어떤 과정과 결과가 환자에게 좋을지를 고민하는 도덕적인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 존경과 권위의 상징인 하얀 가운도 걸치지 않는다. 청바지 차림에다가 한쪽 다리를 절며 지팡이를 짚고 등장하는 그는 시니컬하고 비꼬는 듯한 말투로 사람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킨다. 하지만 모두 인정한다. 그의 의술은 누가 봐도 최고다.
<하우스>는 기존의 평범한 메디컬드라마와는 달리 희귀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각종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해 추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메디컬드라마의 교과서’라는 <ER>이 응급실의 긴박한 상황을 다룬다면 <하우스>는 긴박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병을 알아내가는 과정이 증거물을 찾아 범인을 색출하는 듯해 자주 <CSI>와 비교되기도 한다. 긴장감 넘치는 극 전개와 혈전이나 종양, 괴사를 보여주기 위해 사람의 몸속을 헤집는 듯한 독특한 카메라 기법이 흥미를 자아낸다. 미국 <폭스TV>에서 2004년 11월부터 방송된 시즌1에 이어 시즌2는 현재 미국과 국내에서 거의 동시에 전파를 타고 있다. “원인없는 증상은 절대 없다. 우리가 바보같이 못 찾는 것뿐이다.” 닥터 하우스의 신조와도 같은 이 말은 메디컬드라마가 주는 휴머니즘과도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