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올 초까지 방송된 교육방송 어린이 역사 드라마 <점프>는 독특했다. 주인공이 역사 속 인물이 돼 현재 안고 있는 고민을 푸는 과정을 그렸는데, 고민과 갈등의 밀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꽤 인기를 끈 덕분에 교육방송은 24일 <점프 시즌 2>(월·화 저녁 7시25분·연출 이호·이주희)를 내보내기로 했다.
어린이 주인공들은 어른처럼 열등감과 시기, 사랑, 질투 따위로 골머리를 앓는다. 학교 안에서도 적용되는 힘의 논리에 고통 받기도 한다. 시즌 1에서 폭력에 시달리다 지쳐 차라리 가해자의 길을 선택한 어린이는 조선 시대 검술을 집대성한 실존 인물 백동수가 돼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운다.
하지만 때로는 문제가 그리 간단히 풀리지 않는다. 시즌 2에 등장하는 13살 명낭희는 친절하고 낙천적인 아이다. 항상 웃지만 그늘이 있다. ‘아니오’라고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것이다. 그 탓에 오해도 산다. 낭희는 혜민서에서 허준과 함께 일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위독한 아이가 소원이라며 바다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낭희는 자신의 문제를 한꺼번에 풀지 못한다. 그의 고민이 단순하지 않기에 그는 앞으로 몇 가지 에피소드를 겪으며 길을 찾아야 한다. 시즌 2에선 부모에게 사랑받는 형에 대해 열등감을 키우는 선우태양, 승부욕 강한 강일지, 일만 벌려놓고 회피해 버리는 이광복 등 주인공 6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작진은 어린이와 눈 높이를 맞추려고 상담 교사 2명, 초등학교 교사 3명 등에게서 조언을 들었다. 시즌1 때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어 반응을 살폈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드라마에 끌어 올 때 제작진은 허구와 사실 사이 줄다리기를 벌인다. 이호 피디는 “실존 인물의 성격과 작업은 사실에 바탕을 둔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 규장각에 신병주 박사의 조언을 받는다. 이 피디는 “아이들에게 역사에 관심을 갖는 동기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도 다음달 8일부터 역사 이야기를 가미한 어린이 드라마를 선보인다. 그러나 <화랑전사 마루>(월 오후 6시10분·연출 심재권)는 역사극이라기보다 판타지에 가깝다. 화랑의 기를 받아 특별한 능력이 생긴 어린이들이 되살아난 악의 무리 당나라 장수와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다. 심재권 피디는 “이제까지 어린이 드라마가 주로 서구적인 소재인 마법사를 내세웠다”며 “협동, 단결 등을 배울 수 있는 화랑 정신을 가져와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