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린다 린다> 촬영 중간중간, 배우들이 맥주를 몇 박스씩 기증했다. 그러면 촬영버스에 종이를 써붙였다. “마에다 아키가 맥주 두 박스를 기증했습니다.” 배두나도 몇 박스 기증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니 배우의 이름과 맥주 박스 숫자가 적힌 종이들은 늘어났고, 맥주도 그만큼 쌓였다. 그 맥주를 촬영이 끝나는 날 풀어놓았다. 배두나를 제외한 학생 배우들은 나이가 어려 맥주를 마실 수 없긴 했지만. 일본에서 일하는 방식은 실리적인 동시에 살인적이기도 했다. 배두나는 <린다 린다 린다>의 일본 개봉 행사에 참여했을 때, 시사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는 절대 보여주지 않고 무대인사를 시킨 뒤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 인터뷰를 하는 식이었다. 배두나는 “미친 듯이 일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린다 린다 린다>를 극장에서 보기 위해 배두나는 따로 비행기표를 사서 일본에 가야 했다. 그리고 이제야, 배두나는 한글자막으로 된 <린다 린다 린다>를 볼 수 있게 되었다.
1. 배두나용 특별 대본이다. 왼쪽엔 한국어, 오른쪽엔 일본어로 쓰여 있다. 저 네잎 클로버는 첫 촬영날 감독님이 잔디밭에서 찾아주신 것. 그러고보니 아직 한국어 자막으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한국 시사회 때 가서 봐야지.
2. 사무실 리허설이 진행되는 곳도 구민회관 같은 곳을 빌려서 한 거다. 영화 규모가 워낙 작으니까 나는 당시 받던 개런티의 1/3 정도만 받고 출연했는데, 내 개런티가 영화 예산의 1/10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단관 개봉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나중에 50개관 정도에서 틀었다고 들었다.
3. 한국에서는 스탭들끼리 한자리에서 밥을 먹어야 정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일단 점심이고 저녁이고 한달 내내 똑같은 도시락을 준다. 그러면 배우고 스탭이고 감독이고 도시락을 들고 편한 데 가서 ‘혼자’ 먹는다. 밥 먹는 것에 비중을 덜 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4. 사무실 리허설을 할 때, 모든 동선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감독과 스탭들은 장소를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처음부터 끝까지 몇번 공연을 하고 촬영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5. 종이컵에 자기 이름을 써서 사용하는 센스! 영화의 규모가 작아서인지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관리한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6. 신기한 것은, 일본에서는 엑스트라 자원봉사를 받아 찍는다. 마지막 장면 때는 200명쯤 엑스트라가 모였다. 촬영 끝나면 티셔츠를 주더라. 물론 엑스트라가 자원자들이니까 영화 스탭들은 그들을 먼저 배려하려고 애쓴다. 촬영이 길어지면 엑스트라 분량부터 찍고 보내준다든가 하는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