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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나>의 제작배경 [2]
2006-04-05

<시리아나>의 연출, 각본 맡은 스티븐 개건 감독 인터뷰

“미국은 광범위한 부패문화에 젖어있다”

-‘시리아나’라는 제목은 무슨 뜻인가. =워싱턴의 싱크 탱크가 실제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들은 중동의 국경을 다시 그릴 수 있다는 은유적인 의미로 그 단어를 사용했다. 자신의 필요와 욕심에 따라 어떤 지역을 마음대로 재단하겠다는 꿈은 시저 이래 많은 이들의 소망이었지만 매우 잘못된 생각이기도 하다.

-<시리아나>는 로버트 베어의 논픽션이 원작이다. 그 책을 어떻게 픽션으로 각색했는가. =베어를 모델로 삼은 CIA 요원 밥은 이 영화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래서 나는 다른 세계도 연구해야만 했다. 처음엔 베어가 들려준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 얼마나 사실과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베어는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내게 소개시켜주었고, 그 때문에 좀더 넓은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헤즈볼라 지도자와 석유재벌, 무기거래상, 보수적 싱크 탱크인 미국 기업연구소 멤버들, 투자은행인 칼라일그룹의 임원들을 만났다. 결국 베어의 기억은 이 영화에 서너 문장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나머지는 내가 창조한 픽션이다.

-당신은 2001년에 <시리아나>의 자료조사를 시작했고 이라크 전쟁이 끝난 다음 영화를 만들었다.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나는 이 경우가 예술이 인생을 모방하고 인생 또한 예술을 모방하는 예가 된다고 생각한다. 2001년 우리는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부상하고 중국의 자동차 보유량은 10배로 늘어날 거라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두려움은 실제 맞아떨어졌다. 유가가 오를 거라는 예상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름값은 2001년에 비해 두배가 넘는다. 개인적으로 겪은 비극도 있다. 취재를 하면서 이라크의 민족지도자 한명과 친구가 되었다. 그는 친미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후세인을 증오했다. 그러나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집이 무너져내려 여섯 아이와 함께 죽고 말았다. 그는 두살 먹은 딸을 팔에 안은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그를 살해한 것이다.

-<시리아나>는 세 대륙에 흩어져 있는 여섯개 주요 장소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고 편집도 매우 정교하다. 당신은 오랫동안 시나리오 작가로 일했지만, 감독으로서 이처럼 복잡한 영화를 찍기는 힘들지 않았는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상을 떠올리지 않을 때가 없다. 나는 매우 비주얼한 작가다. 마지막으로 장면을 손볼 때마다 공간과 색감, 배우의 움직임, 카메라의 위치를 생각해보곤 한다. 시나리오는 대사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전달하는 정보도 고려해야만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감독이 되었다는 건 작가로서 내가 가지고 있던 비전이 실현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게다가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기자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적도 있다.

-미국의 젊은 관객이 <시리아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30, 40대와 달리 그들은 무거운 정치영화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 같은데. =얼마 전에 샌디에이고 출신 하원의원 랜디 커닝햄이 군수업자로부터 250만달러를 뇌물로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보수적인 공화당원이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고, 한번쯤은 좋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몇년 동안 아무도 그에게 의원 연봉 1만5천달러로 어떻게 50만달러가 넘는 롤스로이스 승용차와 요트를 살 수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정말 빌어먹을 일 아닌가. 미국 정치는 뿌리가 깊고 광범위한 부패문화에 젖어 있다. 미국 젊은이들은 그 부패를 지탱하는 세금을 내야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리아나>는 오직 젊은 세대만을 위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나이 든 이들은 너무 늦었지만 젊은이들은 아직 부패에 잠식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과 문명의 차이 때문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젊은이들도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내가 참전한 전쟁은 어떤 전쟁인가” 자문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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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워싱턴포스트>와 에인트 잇 쿨(Ain’t It Cool) 등에 실린 인터뷰를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