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은 그 세계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110회차 촬영을 맞는 소감은. =정우성/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힘든 줄 모르겠다. 그건 아마 영화가 주는 힘, 캐릭터가 주는 힘 같다. 중국이 됐건, 네덜란드가 됐건, 멀리 있는 곳이지만 배우에게는 그저 캐릭터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김태희/ 몇십 회차는 내가 참여하지 않았고, 촬영 초·중반에는 한국에 드나들기도 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좋은 사람들과 일해서 그런지 힘든 게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이번이 첫 영화라 어려웠을 것 같다. =김태희/ 많이 헤맸다. 감독님이 잘 이끌어줬고 정우성 선배님도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백지상태였던 것 같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깨닫는 게 생긴 것 같다. 고민할 여유조차 없이, 모니터도 제대로 안 한 채 드라마를 찍던 때와는 다르게 각오를 다지고 열심히 작품에 임했다.
-판타지영화인데 상상력을 어떻게 발휘하며 연기하고 있나. =정우성/ 결국,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중천’이라는 세계 자체를 믿고 시작하는 것 말이다. 블루매트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런 데서 나오는 것 같다.
-소화라는 인물은 현실에 없는 캐릭터라 어떻게 설정했나. =김태희/ 소화는 번뇌와 고민을 버리고 해탈한 영혼이다. 어디에서도 어떤 정보도 수집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내가 천인이고 소화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천인이지만, 인간보다 어설프고 부족한 모습이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점이 많았다.
-와이어 액션을 좋아했다고 하던데. =김태희/ 와이어를 타고 높은 데 올라가는 것이 좋더라. 그런데 줄이 달린 조끼를 입고 있으면 온몸에 피멍이 들고 뜻대로 안 움직이고 해서 힘들긴 했다. 그래도 예전에 액션이 들어간 드라마(<구미호외전>)를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괜찮은 편이었다.
-김태희의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우성/ 내가 어떻게 다른 이의 연기를 평하겠나. =김태희/ 만날 평하잖나. (웃음) 실제로 모니터를 많이 해준다.
-오랜만의 액션 연기라 어땠는지. =정우성/ 헝디엔에 오기 전, 천목산이라는 곳에서 촬영할 때 오랜만에 액션신을 찍으려니 너무 의욕적이서 공중에서 360도를 돌다가 땅에 떨어져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웃음)
-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정우성/ 프롤로그의 액션장면을 찍을 때 스탭들이 모두 힘들었을 것이다. 비가 오는 장면인데, 너무 추워서 비를 뿌리는 대로 얼어붙었다. 강우기 안의 물이 얼어서 쇠파이프가 부러지기도 했고, 물을 끄면 수압 때문에 강우기가 넘어가면서 스탭이 맞기도 했다. 나는 비를 맞으니까 옷 안에 슈트를 입었는데, 몸 움직임이 제대로 안 됐다. 그래도 결과가 괜찮게 나온 것 같아서 기쁘다. =김태희/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기보다는 영화 초반 연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가장 성취감이 있었던 장면은. =정우성/ 잘 모르겠다. 어떤 신이 끝나고 이건 원한 대로 됐구나, 하는 느낌은 있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성취감이며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직 영화 안에, 그리고 중천 안에 있기 때문에.
조동오 감독 인터뷰“관객이 받아들일 접점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중천>은 어떻게 떠올린 이야기인가. =초등학교 때던가, 중국 괴담을 본 기억이 있다. 어떤 남자가 하룻밤 사이에 변하는 유령마을에 들어가는 이야기였다. 중천이라는 공간은 그 이야기를 발전시키면서 나온 것이다. 그 이미지는 시나리오를 쓸 때, 사후세계 등에 관한 자료조사를 하게 되면서 구체화된 게 많다.
-액션의 컨셉이 있다면. =각각의 싸움들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웅귀와 웅걸의 경우는 실제로는 불가능한 액션이다. 등에서 사슬이 나간다거나 하는 기존에 보지 않았던 느낌 말이다. 대신 후반부의 이곽 대 반추는 오히려 심플하게 가려 한다. 그리고 이곽이 천기관을 돌파하는 장면에서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담으려 한다.
-시나리오가 게임의 느낌도 준다. =내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액션이나 어드벤처 장르처럼 스토리가 있는 게임은 다 좋아한다. <사일런트 힐>이나 <듄>도 좋아한다.
-에미 와다와 함께 작업하게 됐다. =내가 그분이 참여한 영화를 다 보았고 좋아했다.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워낙 유명한 분이라, 생각도 안 했다가 의상 제작 담당인 황바오룽이 다리를 놓아줬다. 두 사람은 <영웅>과 <연인> 때 함께 일했다.
-직접 무술을 했다고 들었다. = 우슈를 했다. (조민환 대표가 끼어들면서) 서울시 대표 선발전까지 나갔다. 그런데 칼을 떨어뜨려 탈락했다. 이번 영화에도 칼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에 괴물이나 요괴도 나오나. =그렇지 않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이 받아들일 접점이 어딜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공간을 만들더라도 너무 이질적으로 보이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동떨어진 것으로 느껴질 것 같았다. 관객들이 친숙하게 받아들이면서 약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게 어떤 것일까 찾아야 했다. 그런 차원에서 괴물이나 요괴 같은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촬영감독 등이 함께 작업을 해온 오랜 친구들이다. 장점과 단점은. =장점은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게 분명하니까 별달리 얘기하지 않아도 상대방 생각을 잘 안다는 점이다. 단점이라면, 사소한 일에도 잘 삐친다는 것이다. (웃음)
‘차이나우드’를 꿈꾸는 스튜디오
헝디엔의 월드 스튜디오
<중천> 촬영의 70% 이상이 이뤄진 월드 스튜디오가 자리한 저장성 동양시의 헝디엔은 항저우에서 2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자그마한 지방이다. 아니, 자그마한 지방이었다. 지금 이곳은 하루에도 여러 개의 영화팀이 작업을 벌이고, 수백명의 관광객이 드나드는 영화도시다. 이곳에 있는 월드 스튜디오는 330ha에 걸쳐 13개의 세트장을 포괄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커다란 영화·TV 촬영소이다. 차라리 헝디엔이라는 곳 자체가 세트장이라 할 만큼 월드 스튜디오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자금성의 80% 스케일의 세트장을 비롯해, 진나라의 황궁 세트, 송나라의 거리 세트, 홍콩과 광둥의 옛 거리 세트 등이 온 도시에 펼쳐 있다.
그동안 5천편 이상의 중국 또는 외국의 시대물이 촬영됐다고 하는 이 스튜디오는 1996년 탄생했다. 당시 대작인 <아편전쟁>의 로케이션 장소를 찾던 시에진 감독이 이곳을 방문했고, 이곳을 근거로 사업을 펼치던 헝디엔 그룹은 단 4개월 만에 20ha의 땅에 1840년대의 광저우를 재현하는 세트장을 만들어줬다. 이 세트장 안에는 160개의 건물은 물론이고 광저우를 관통하는 주강(珠江)까지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2년 뒤 첸카이거 감독의 <시황제 암살사건>을 위해 헝디엔 그룹은 진황궁 세트를 만들었다. 훗날 장이모 감독의 <영웅>이 촬영돼 더욱 유명해진 이 거대한 세트는 단 8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한때 중국 영화계가 위축되면서 한해 적자가 600만달러에 육박했지만, 이후 다시 활성화되면서 헝디엔 그룹은 이후 3억7천만달러 이상을 들여 현재의 세트를 만들었다. 이곳은 숙박시설과 근접해 있고, 대여료가 저렴하며, 여러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이같은 이점 때문에 한국의 <천년호> 등도 여기서 촬영됐다.
이 스튜디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진황궁이다. <영웅>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이곳은 <중천>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정확한 크기를 재지 못해 그냥 “야구장 4개만한 크기”라고 평가했다는 <중천>의 제작진은 이곳에서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이곽의 천기관 돌파장면을 찍었다. 미술 세팅에만 1개월, 조명 준비에 10일이 걸렸고, 촬영에도 10일이 걸렸다. 1500kW의 조명을 위해서는 발전차 4대와 크레인 8대가 상하이로부터 긴급 호출됐다. 북송대의 사회상을 알려주는 중요한 그림 <청명상하도>를 그대로 재연한 세트인 청명상하도 세트에서도 촬영이 이뤄졌다. 이곳의 한 거리는 이곽이 중천에 처음 당도하는 입구로 탈바꿈됐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스튜디오는 몇 가지 안 좋은 면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관광객에 대한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트 대여료는 비교적 싼 편이지만, 만약 관광객까지 못 들어오게 하려면 보상 차원에서 상당한 액수를 지불해야 한다”라고 최정화 프로듀서는 설명한다. 결국 관광객을 그대로 둔 채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동시녹음이 진행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스튜디오 자체가 공연 프로그램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진행하고, 넓은 세트장은 항상 여러 팀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운드를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 세트장이라기보다는 그냥 건물이라고 보는 게 맞는 탓에 촬영 편의에 맞게 개조하기도 어렵다. 또 “그동안 숱한 영화와 드라마를 찍은 곳이라, 새로운 비주얼을 잡아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김성수 감독은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워너브러더스와 중국전영집단이 헝디엔그룹과 조인트 벤처로 합작법인까지 만들어 진일보된 형태의 스튜디오를 추진하고 있어 큰 변화 또한 예상돼 이 ‘차이나우드’의 발전은 더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