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MBA를 마치고 온 선구자
서형욱/ MBC 해설위원·엠파스 ‘토털사커’ 편집장
서형욱(31) 해설위원은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밀도있는 설명을 펼쳐 숨쉴 틈 없이 빠른 흐름의 축구경기를 ‘해석’하게 해주기로 정평 높은 인물이다. 그는 신세대 해설위원 중 가장 먼저 해설의 세계에 입문한, 그리고 가장 널리 알려진 해외축구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분야의 선구자답게 그는 공중파와 케이블TV를 통틀어 출연 가능한 모든 채널을 섭렵하며 축구중계를 펼쳤고, 영국 유학을 다녀온 뒤에는 <유럽축구기행>이라는 책까지 출간했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그가 제대로 축구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98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최초로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펼쳐진 아시아 지역 예선전을 보며 그는 열광했고, 비슷한 때 MBC가 방송한 유럽 챔피언스리그 하이라이트를 접하면서는 그 안의 불덩이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야구팬들에게 메이저리그가 충격이었듯, 내겐 최고 기량을 가진 유럽 선수들의 플레이가 큰 충격이었다.” 곧 KBS 위성채널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중계, 케이블 채널의 이탈리아 세리에A 중계 등은 그의 축구에 대한 갈증을 달래는 이온수가 됐다. 그의 열정은 99년 PC통신 나우누리 유럽축구동호회로 드러난다. “당시만 해도 유럽 축구 정보는 귀했다. 지식과 자료, 그리고 경기중계를 담은 비디오테이프 등을 서로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었다.” 그해 말에는 인터넷 사이트 ‘토털사커’가 만들어졌고, 축구에 대한 그의 지식도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그가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이다. 그해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의 전 경기를 중계하던 SBS 스포츠채널이 정보가 풍부한 토털사커 사이트를 보고 그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그의 일은 방송사에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2000년 9월 SBS 축구채널이 탄생할 때는 1주일에 두번씩 방송하는 프리미어리그 중계의 해설자로 스카우트됐다. “대학 3학년 시절이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흔쾌히 응했다. 하지만 아무 경력도 없는 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을 느꼈다.” 2001년 스포츠신문 <굿데이>에 들어간 것도 다른 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나름의 ‘권위’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사회에선 축구 마니아가 중계한다는 것과 축구 기자가 중계한다는 것은 뉘앙스가 다르잖나.” MBC에서 2002년 월드컵 중계에 참여한 뒤 그는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느낀다. 한국에서 해외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2003년 여름 영국 리버풀대학 축구산업 MBA 과정에 입학한 그는 14개월 동안 유럽의 축구 문화를 체험했다. “지식이야 노력만 한다면 여기서도 익힐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현장에서 유럽 축구를 30경기 넘게 직접 봤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그는 말한다. 유학에서 돌아온 뒤 그는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을 중계했고, MBC ESPN, KBS SKY스포츠, KBS 등에서 고정 코너를 맡아 진행했으며, 올해 MBC 해설위원으로 발탁됐다. 한국 국가대표 A매치 중계는 올 1월29일 크로아티아전을 통해 데뷔했다.
비선수 출신이라는 점이 큰 제약이 아니라는 그는 “축구 선수 출신이라면 선수나 감독의 심정을 이해하겠지만, 나는 관객 출신이라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중계 때도 관중 입장에서 해설하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경기를 보고, 관련 서적을 읽고, ‘토털사커’ 사이트를 관리하느라 하루 3∼4시간만 잠잔다는 그는 2007년이나 2008년쯤 다시 유학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유럽축구 유럽문화>라는 새 책도 준비 중이다.
세 해설위원이 말하는 2006 독일월드컵 전망과 한국 성적“2006년 역시 브라질이 우승할 것!”
박문성_“브라질과 독일, 두 나라의 판도다”
“우승은 브라질과 독일, 양강이 가르는 판도다. 브라질은 정말 황당할 정도로 최고 전력을 갖추었다. 웬만한 대표팀 2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공격진에 호나우두, 호비뉴, 아드리아누, 미드필드진에 밥티스타, 호나우디뉴, 카카 등이 있지 않나. 독일은 멤버 구성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단기전에 상당히 강하다. 게다가 홈이라는 이점까지 있다. 최소 4강이라고 본다.
전술적 흐름 면에서도 관심이 간다. 역대 월드컵은 새로운 전술의 실험장이었다. 빠른 공수 전환과 미드필더의 강력한 압박이라는 현대 축구의 흐름이 어떤 모양새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이번 대회부터 신설된 최우수 신인선수상 또한 기대가 된다. 잉글랜드의 루니, 아르헨티나의 메시와 테베스, 포르투갈의 호나우두, 그리고 한국의 박주영 등이 후보로 꼽힌다.
한국팀의 경우 긍정적이다.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는 전술 변화를 포함해서 지금까지의 과정이 좋았다고 보인다. 주전경쟁을 유도하면서 선수들의 개인능력이 상승했고,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포백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 16강 진출의 관건은 첫 경기인 토고전이다. 여기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기지 못하면 두 번째 경기인 프랑스전을 승리하려고 덤비게 될 텐데, 그러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는 2002년 월드컵 이후 4년 동안 A매치에서 승수도 적지만 패배도 두번밖에 없었다. 결국 잘하면 비기기는 쉽다는 이야기다. 개최지 독일이 우리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유럽이라는 점이 걸리지만,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점은 다행이다.”
서형욱_“유럽과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에 도전할 것이다”
“우승 판도는 모든 사람들이 브라질이 당연히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유럽과 아르헨티나가 도전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브라질은 아드리아누, 호나우두, 카카 등을 갖추고 있어 누가 봐도 우승후보다. 여기에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아르헨티나가 거세게 도전할 것이다. 다크호스는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아시아의 한국과 이란, 북미의 미국, 그리고 오세아니아의 호주로, 이들이 일으킬 돌풍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떠오를 선수로는 아르헨티나의 메시, 브라질의 카카, 잉글랜드의 루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중에서는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원더보이’로 떠오른 잉글랜드 오언의 수준을 넘어 대회 전체를 이끌 정도의 스타가 나올 것이다. 한국팀의 경우 85년생 안팎 선수들이 급부상할 것 같다. 박주영, 조원희, 이호, 백지훈이 그들이다.
한국팀을 놓고 볼 때 일단 조편성이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것은 아주 쉬운 상대들과 만났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이 속했던 조와 비교했을 때나 이번 월드컵의 다른 조와 놓고 봤을 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여기서 16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한국은 애초부터 16강에 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16강은 갈 수 있고, 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토고전을 이기지 못하면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첫 경기에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의 50% 이상이 좌우된다고 본다.”
한준희_“브라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순이다”
“세계의 모든 이들이 브라질을 우승후보 1순위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대 가장 훌륭한 브라질팀으로 펠레, 가린샤, 자일징요가 포진했던 70년 멕시코월드컵 때를 꼽는데, 이번 진용은 그 당시 못지않다는 평가다. 과연 2006년의 브라질팀이 그때 그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승컵을 품에 안을지 궁금하다. 두 번째 우승후보는 아르헨티나, 세 번째는 잉글랜드라고 본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체코, 프랑스 또한 언제라도 우승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 관심사는 많다. 개인으로 보면 클럽 대항전에서 정상급 선수로 활약 중인 프랑스의 앙리가 월드컵에서도 힘을 보여줄까,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제2의 마라도나’라는 자신의 지위를 굳힐 수 있을까 등등이고, 월드컵에서 항상 기대를 걸게 하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던 잉글랜드와 스페인은 얼마나 선전할지 등도 궁금하다. 트리나드 토바고 대 잉글랜드, 앙골라 대 포르투갈, 토고 대 프랑스 등 식민지 지배를 받던 나라와 통치국 사이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한국의 경우 실력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면 16강 진출은 60% 이상 보장된다고 본다. 일단 토고전을 잘 이기고, 최선을 다해서 두 번째 경기인 프랑스전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프랑스전을 포기하고 승부수를 3차전으로 미루면 안 된다. 스위스 선수 중 10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 뛰고 있으니, 그들에게 독일월드컵은 홈경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2002년과 달리 체력훈련을 할 여유가 없다는 점은 불안요소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