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 저 소련군이 왜 쓰러졌지? 여운형 등 해방직후 인물 등장
“컷! 무슨 일이야?” 8일 오후, 대하 드라마 <서울 1945>(극본 이한호 정성희, 연출 윤창범 유현기)를 촬영하고 있는 한국방송 수원 드라마 제작센터. 갑자기 카메라가 멈췄다. 소련군으로 분장한 외국인 엑스트라가 간질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태극기와 깃발을 들고 서 있던 엑스트라들이 술렁거린다.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해방을 맞아 소련군이 진주하는 21회(18일 방영분) 대규모 군중신을 찍던 중이었다.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나가고 촬영이 재개될 때까지 100여명의 엑스트라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 틈에 스태프들은 분장을 고쳐주고, 장비를 점검한다.
대하드라마는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므로 그 제작규모가 영화에 못지않다. 이런 대규모 군중신은 한 신, 한 컷을 촬영해도 인원을 통솔하는 일부터 곤혹이다. 소동이 가라앉자 유현기 피디가 ‘스탠바이’ 구호를 외친다. 다시 촬영 시작. 소련군과 주인공 운혁(류수영)을 태운 군용트럭을 따라 군중들이 깃발을 흔들고 함성을 지르며 따라간다. “컷! 오케이.”
<서울 1945>는 1933년부터 1953년까지 일제 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이념과 사랑으로 갈등하는 네 젊은이의 모습을 그린다. 운혁(류수영), 동우(김호진), 해경(한은정), 석경(소유진)이 그 주인공이다. 윤창범 피디는 “그동안 이 시기를 다룬 시대물들이 임시정부 얘기를 많이 다뤘다면, 이번 드라마에서는 중국 이외의 활동들을 조명하며 해방된 조국에서 민주적인 사회를 꾸려나가려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이데올로기 측면보다는 시대적인 정서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60부작 중 4분의 1 정도의 이야기가 현재까지 전개된 장대한 스케일의 <서울 1945>는 해방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내용이 펼쳐질 계획이다. 운혁이 추앙하는 인물 여운형 역으로 신구를 비롯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 전개에 힘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