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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더 프리티 호스(All the Pretty Horses)
2001-08-16

비디오/메인과 단신

대륙을 말달린 꿈의 뒤안길

2000년, 감독 빌리 밥 손튼 출연 맷 데이먼 장르 드라마 (콜럼비아)

위대했던 신화는 사멸하고 다만 그 흔적과 향수만이 남아 있다. 빌리 밥 손튼의 두 번째 연출작 <올 더 프리티 호스>는 2000년대 새롭게 과거를 뒤돌아보는 ‘향수’에 관한 영화이다. 그것도 1940년대, 광활한 미국의 서부 미개척지와 그 대륙 위를 내달리는 젊은 카우보이들의 꿈과 희망에 관한 것 말이다. 그런데 그 희망은 고통스럽게 좌절되고 만다. 마치 40년대를 풍미했던 서부극 장르가 허망하게 몰락했던 것처럼 말이다. 미국 텍사스의 한 농장에서 성장한 콜(맷 데이먼)은 농장이야말로 자신의 파라다이스를 완성할 수 있는 곳이라 믿고 있다. 한데 농장이 석유회사로 팔려가면서 그의 꿈은 좌절돼버리고, 결국 그는 친구 롤린즈와 함께 대농장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미개척지를 찾아나서기로 한다. 그들이 선택한 곳은 멕시코. 여행중 이들은 의붓아버지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출한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출연이 왠지 불길하게 느껴진다. 멕시코에 다다른 그들은 대농장에서 일하게 되고, 탁월한 실력으로 두각을 나타낸 콜은 농장주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여행중 만났던 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연루되면서 콜은 교도소에 감금되고 만다.

개척의 꿈과 희망에 사로잡혔던 두 젊은이의 꿈과 희망이 처절하게 좌절당하는 과정을 담아낸 이 영화는 얼핏 서부극의 외관을 닮았다. 한데 실상 이 영화는 미국적 꿈과 장르를 대변했던 ‘서부극’을 그대로 재연한다기보다 단지 그 흔적들과 정취만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엔 서부극의 관습적인 대결과 선악의 구도가 강렬하진 않다. 물론 존 포드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듯한 광활한 대지와 지평선을 마주하고 있는 하늘을 담아내는 듯한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번창했던 서부극 장르의 위용을 새삼스레 상기하게 된다. 한데 이 영화는 그 영광스런 과거의 신화를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위대한 꿈이 어떻게 사멸했는가를 담아낸다. 그것도 아주 애잔한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콜과 어린 소년의 캐릭터는 아주 흥미롭다. 콜이 기나긴 여정을 통해 자신의 꿈과 이상이 현실 속에서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지는가를 체감하는, 마치 ‘서부극’이라는 장르를 재연하는 인물이라면, 그가 여행중 만나 결국 자신을 난관으로 몰고 가는 어린 소년은 빌리 밥 손튼 감독의 전형적인 캐릭터이다. 어쩌면 약간은 비정상인 듯한 정서와 상처로 희생당하는 그런 인물 말이다. 그래서 감독의 전작 <슬링 블레이드>에서도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역할을 했던 소년 캐릭터는 이 작품으로 연장되는 셈이다. 비디오와 함께 나온 DVD에는 빌리 밥 손튼의 필모그래피가 수록되어 있으며, 특히 와이드 스크린으로 제작되어 광활한 대지를 잡은 풍경들을 좀더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정지연/ 영화평론가 woodyall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