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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터리] “피바다 영화에 위안받은 관객들 고마워”, <킬리만자로>

마지막 장면은 헌팅해둔 곳의 눈이 녹는 바람에 원래 의도와는 달리 다른 장소로 옮겨야 했다.

<킬리만자로>의 음성해설은 솔직하고 당당하다. 감독의 말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라지만, 뻔한 변명이나 항변으로 흘러가 듣는 이를 답답하게 하는 대신 장면 하나하나의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치고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추운 날씨와 촉박한 스케줄, ‘피가 3t쯤 들어가야 하는데 이러다 개봉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기 검열과의 싸움, 많이 찍어놓고도 영화의 전체적인 균형 때문에 그만큼 많이 들어내야만 했던 안타까움, 좋은 장소를 잡아놓고도 사소한 실수로 그보다 못한 장소에 가야 했던 고민 등을 감독은 또박또박 들려준다. 그 솔직당당함 속에 자리한 아쉬움이 느껴지기에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킬리만자로>의 음성해설은 창작자의 한풀이 자리라기보다는 영화 밖에서 다시 한번 관객과 접촉하고자 하는 작은 몸부림처럼 들리기도 한다. “마지막에 혼란을 겪었던 관객과 찍은 장면들이 잘려나간 배우들에게 미안하다. 더 좋은 영화 만들겠다”는 다짐은 무척 진솔하게 다가온다. 영화를 만드는 여러 가지 목적 가운데 하나는 창작자와 관객간의 소통이다. 오승욱 감독은 <킬리만자로>에 대해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한 관객의 감상을 꼽는다. 그는 “힘들었을 때 영화를 보고, 나 혼자만 이 세상에서 힘든 건 아니구나” 하는 작은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삶의 희망마저 등을 돌린 막판 인생들이 수두룩하게 몰려나와 피바다를 뒹구는 이 우울한 영화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소통으로서의 영화 <킬리만자로>는 이미 충분히 구원받았는지도 모른다.

죄를 지은 사나이의 등. 그 어두움과 무거움은 감독이 가장 집착했던 이미지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것을 변형한 오토바이 장면(오승욱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다).

구상을 들은 스탭들을 경악시켰던 린치장면에서는 감독의 가학적인(?) 취향이 돋보였다.

라이터 장면은 감독-배우의 의사소통의 결정체. 연출의 빈틈을 메워준 배우가 너무나 고마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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