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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데이비드 린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 <라이언의 딸 SE>
ibuti 2006-03-10

데이비드 린은 전성기의 마지막에 <라이언의 딸>을 연출한 뒤 14년 동안 침묵을 지켰는데, DVD의 음성해설에 그 이유와 대답이 나온다. <라이언의 딸>의 개봉에 맞춰 뉴욕비평가협회의 초대를 받은 린은 그들의 질타에 정신을 잃었으며, 특히 <밀회>를 사랑했던 폴린 카엘과 리처드 시켈로부터의 혹평이 두고두고 린을 괴롭혔단다(당시 협회장이었던 시켈이 그 진실을 두고 항변한 부분은 꼭 찾아 들을 일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1910년대 아일랜드에서 벌어지는 <보바리 부인> 이야기(배역 이름도 <보바리 부인>에서 따왔다)가 과연 <보바리 부인>처럼 스캔들을 딛고 걸작으로 재탄생될 수 있을까? 린의 여섯 번째 부인인 샌드라 린의 말대로 <라이언의 딸>이 ‘가장 훌륭한 린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가장 아름다운 린 영화’라는 주장에는 반대하기 힘들다.

대규모 서사극이 판치던 60년대를 마감한 작품인 <라이언의 딸>에 등장하는, 눈이 뒤집힐 정도로 아찔한 아일랜드의 풍광과 후반부의 폭풍우 장면은 디지털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아날로그 스펙터클의 진수다. 그러나 ‘린의 한 가지 관심은 아름다운 영상이었다’는 존 부어맨의 말을 듣다가 ‘요즘엔 아름다운 영상이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의아해하는 린의 인터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한 시대가 끝나고 있는데, 시대를 뒤흔들던 린은 정작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라이언의 딸>을 다시 보는 것은 사라진 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갈등 상황 속에 영국군 장교와 사랑에 빠진 아일랜드 여자 역을 맡아, <철부지 아가씨의 첩보작전>의 데보라 카부터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에밀리 왓슨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연기의 스펙트럼을 펼친 사라 마일즈가 중심에 선 가운데, <밀회>와 <위대한 유산>에서 린과 함께한 트레버 하워드, 존 밀스에다 로버트 미첨의 연기 또한 훌륭하고 전설의 이름인 프레디 영, 모리스 자르, 로버트 볼트의 손길이 곳곳을 어루만진다.

서곡, 간주곡, 퇴장음악 등 무대예술의 격을 따른 <라이언의 딸>에 맞춰 DVD는 본편을 두장의 디스크에 나눠 수록했다. 부록은 영화와 감독의 해설에 충실한 생존자·유족·영화평론가·전기작가·후배감독의 음성해설을 먼저 들은 뒤, (음성해설과 다소 겹치는 게 흠이지만) 당시의 귀한 자료로 구성된 3부작 다큐멘터리(63분), 메이킹 필름(20분), 홍보영상(6분) 순으로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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