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연출이라니 의외의 선택이다. = 평소에 TV 미니시리즈같은 분량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연애시대>를 연출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원작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고, 제작사인 엘로우기획에서 내가 지금껏 해왔던 ’시스템’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어떤 시스템을 말하는가 = 같은 연출이라고 해도 TV드라마는 완전히 다른 장르인데 영화작업만 해온 사람이라서 단시간내에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거라고 걱정했다. 물론 현재 방송여건 상 사전제작이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제작사에서 시간적 물리적 여유를 확보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결국 총16부작 중 8부정도가 미리 제작될 수 있었다. 50%정도는 완성해놓고 시작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는데 비해, 이 드라마는 사랑의 결실인 결혼을 지나, 이혼한 후에 비로소 시작되는 사랑을 그린다는 점이 흥미롭다. 결혼제도나 결혼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싶은 것인가? = 많은 분들이 주인공들의 설정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은데, 사실 <연애시대>는 우리가 과연 결혼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결혼관에 대한 드라마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과거 결혼을 했건, 안했건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사랑했던 사람들이 헤어지고 난 후 그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와 그 후의 과정들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싶었다.
-이혼한 두 남녀의 다시 시작되는 사랑이라는 설정만 들으면 약간 무겁게느껴지는 것이 사실인데, 제작발표회에서 보여준 짧은 영상은 그보다 훨씬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의 느낌이 난다. = 원작이 은근한 유머와 난데없는 슬랩스틱이 나오는 속깊은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맛보기로 편집해 놓은 부분이라 조금 더 발랄한 부분만 강조된 것 같다. 하지만 실재로 방송되는 드라마는 그보다 훨씬 진지한 느낌이 날꺼다. 드라마의 전체톤에 대한 것은 방송사와 계속해서 조율해나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되도록이면 원작의 느낌에 충실하려고 한다.
-첫 드라마연출이다. 영화연출과는 어떤 차이점을 느끼고 있나. = 여러모로 많이 깨지고 있다. 예를들어 이런 느낌이다. 영화는 풀샷에서 시작해 점점 디테일로 들어간다면, 드라마는 클로즈업에서 시작해 전체를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영화는 생략의 미학이 있다면, TV는 기술적인 설명의 미학이 있는 것 같다. 일단 브라운관과 스크린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고, 방송이 시작된 이후에는 시청자와 관객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겠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