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영화필름을 수집할 수 있다고? 최근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는 신종 책갈피 ‘필름 북마크’ 얘기다. 필름 북마크는 영화필름 2∼3컷을 넣어 책갈피 형태로 만든 것. 일반 관객으로선 구경하기 힘들었던 필름을 직접 소장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인데, <왕의 남자> <음란서생> 등 목록까지 쟁쟁하다보니 원하는 북마크를 얻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하다. 심지어 전국 극장가를 순례하며 필름 북마크를 모으는 ‘필북 폐인’들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독특한 아이템을 직접 기획한 씨네매드 전략기획실 정열 실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필름 북마크라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영화사들이 필름을 관리하는 구조를 살펴봤더니, 극장 상영 뒤 기록 보관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량을 폐기하고 있더라. 폐기에도 비용이 들어가는데, 자원낭비에 환경오염이라 생각했다. 영화필름이란 게 관객에게는 소장 가치가 높지 않나. 어떤 식으로든 버려지는 필름을 관객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북마크라는 아이템을 기획하게 됐다.
-어떤 식으로 제작되고 유통되나. =심의용으로 만들어진 필름이나 편집하다 버려지는 필름들, 예고편 필름 등을 받아 필름 북마크로 제작한다. 보통 영화 1편당 만들어지는 수량은 10만장 정도다. <친절한 금자씨>를 시작으로 <청연> <너는 내 운명> <왕의 남자> <음란서생> 등 지금까지 총 8편의 영화가 필름 북마크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CGV에만 공급하고 있지만, 차후 핫트랙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으로 유통 경로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필름 북마크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희귀성과 소장성이다. 영화사에서 제공하는 필름은 예고편을 제외한다면 보통 프린트 1벌에서 2벌 정도로 한정돼 있다. 원한다고 무한정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그 가치가 올라간다. 영화필름이 1초에 24프레임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나. 똑같은 장면처럼 보이는 것들도 프레임 하나하나로 따져본다면 모두가 다르다. 단 하나뿐인 장면을 나만의 것으로 갖게 된다는 점 역시 큰 매력이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영화는. =역시 <왕의 남자>다. 특히 ‘공길’(이준기)이 나오는 부분은 옥션에서 장당 8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그 인기가 폭발적이다. 필름 북마크가 본래 무상의 서비스로 기획된 것인 만큼 이상적인 구도는 북마크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대가없이 자기 것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미니 홈피 등을 중심으로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국내시장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 뒤,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북마크 소재를 외화로 확대하고, 명작들을 발굴해 고급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틈새시장을 공략한 다양한 아이템들을 기획해서 독특함과 참신함으로 인정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