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가 돌고돌아 일백번 고쳐돌아 진위가 진토되어 너덜너덜 하였거늘 스놉스에 의뢰하사 진위여부 밝히소서
뭣에 쓰는 사이트인고/ ‘도시 괴담 조회 페이지’(Urban Legends Reference Pages)라는 간판이 웅변하는 대로다. snopes.com은 항간에 떠도는 각종 루머를 다루는 사이트로 매일 새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각각의 루머는 진위여부 조사를 거쳐 ‘진실/거짓/확인불가’로 표기되며 컴퓨터, 음악, 종교, 범죄 등 43개 카테고리 안에 정리된다. 영화도 카테고리 중 하나. www.snopes.com/movies/movies.asp로 들어가면 영화와 배우들에 관련된 70여개의 루머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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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마니아인가? 거기에 소개되는 에피소드에 불끈불끈 흥분하다가 진실/거짓이 선언되는 순간 “거 봐, 내가 거짓말이라고 했지!”를 외친 적은 없는가? <세계의 유령들> <미스터리 대백과>류의 책들을 항시 패용하며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실현되길 기다린 적은?
그런 이들이 있기에 www.snopes.com은 존재한다. ‘제이미 리 커티스는 자웅동체다’, ‘마릴린 먼로는 발가락이 6개였다’ 같은 문구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말인지 궁금해서, 이 황당한 소문이 어디서부터 퍼진 건지 궁금해서, 다들 마우스를 딸깍거릴 게 분명하다. 아쉬운 것은 영화 카테고리 안에 최근 뉴스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과 섹시한 소문일수록 사실무근으로 판명돼 있다는 것. 하지만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에 찍힌 소년 유령’이 알고 보니 ‘잭(테드 댄슨)의 스탠디(보드지를 잘라 만든 광고용 인형)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다.
참고로 제이미 리 커티스 건은 확인이 불가하고, 마릴린 먼로 건은 거짓이란다.
그 영화는 이렇게 끝나야했다 _결말 다시 쓰는 사이트반지리 제왕님아 수이 감을 자랑마라 못된 결말 딱 걸리면 바꿔드림 고쳐드림 요다, 좀비 누가 센지도 상의해볼까 하노라
뭣에 쓰는 사이트인고/ 그 영화는 어떻게 끝나야 했을까? How It Should Have Ended는 세명의 진짜 일꾼과 그다지 관계없는 또 다른 세명의 인물, 그리고 한 마리 개가 만들어가는 사이트다. 일꾼들은 영화 엔딩을 코믹하게 재구성한 플래시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영화 리뷰를 올린다(나머지 셋과 개 한 마리는 ‘룸메이트다’, ‘목소리 출연했다’ 등의 이유로 호스트 목록에 올라 있다). 메인 메뉴는 플래시애니메이션이지만 사이트의 진정한 놀이는 HISHE Forum이라는 토론장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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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owitshouldhaveended.com
가슴 뭉클한 음악과 함께 형틀에 묶인 남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죄수가 마지막 말을 하려 한다”는 말이 떨어지자 남자는 커다란 목소리로 “프리이∼더엄∼”을 외친다. 그런데 어째 목소리가 턴테이블에서 스크레치당한 LP마냥 삐쭉대기 시작한다. 순간 눈빛이 변하면서 손목에 묶였던 밧줄을 가볍게 끊어버리는 남자. 가슴에 두손을 얹더니 살가죽을 확 찢어낸다. 자신의 정체를 밝힌 로봇은 괴상한 아일랜드풍 음악에 맞춰 눈에서는 레이저 빔을, 꽁무니에서는 번개를 쏘며 관중을 싹 쓸어버린다. 곧 다음과 같은 가사가 뜬다. “나는 찌르고 썰고 꿰여서 죽였지. 킬트를 입고 말야. 턱수염은 없어도 아일랜드인이지. 왜냐하면 난 윌리엄 월레스니까∼.” 이들은 윌리엄 월레스를 영웅으로 그린 <브레이브 하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How It Should Have Ended의 운영자들은 영화의 결말을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쓴다. 위의 것처럼 날을 세운 것도 있지만, 대체로 웃자고 만든 것들이다. 이 사이트는 다수가 만들어가는 사이트라기보다 소수 인원들의 놀이터에 가깝다. 대니얼과 토니가 영화를 재구성한 애니메이션과 그들의 일상을 그린 만화를 업데이트하고, 티나가 이런저런 영화 리뷰를 쓴다. 사람들은 이를 보기 위해 들고난다.
그러나 이 사이트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토론장이다. 사이트 운영자들과 몇몇 골수 회원들이 모여 주제 하나를 던져놓고 댓글달기 놀이를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주제는 ‘A와 B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 영화의 결말 어떻게 끝났으면 좋았을까?’ 같은 것이다. 이를테면 누군가 ‘요다와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주제를 던지면 죽 댓글이 달린다. ‘슈퍼맨이 땅을 얼리면 요다는 계속 미끄러져 다닐 거다’, ‘무슨 소리, 슈퍼맨은 얼뜨기 보이스카우트일 뿐이다’, ‘요다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걸 잊었나? 당연히 포스의 승리다’, ‘슈퍼맨은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 있지 않냐’는 식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대체로 SF, 호러, 액션영화 마니아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영화들은 영 인기가 없다는 것. 일례로 누군가 <인 굿 컴퍼니>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영화에 대한 얘기는 전혀 진전되지 않은 채 ‘나 이 영화 본 적 없다’, ‘데니스 퀘이드 <에너미 마인>에서 훌륭했다’, ‘토퍼 그레이스 금발로 염색했더라’ 따위의 댓글만 잔뜩 달리고 말았다.
스포일러 매니아, 다 모여
How It Should Have Ended가 영화의 결말을 재구성하는 적극적인 사이트라면, Ruined endings는 존재 자체로 엽기적인 사이트다. ‘쓸모없어진 결말’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사이트는 결말을 상세하게 알려줘 앞으로 볼 영화를 망쳐준다. 2700여개의 영화가 A부터 Z까지의 알파벳과 숫자로 인덱싱되어 있고, 각 영화를 클릭하면 플롯과 결말을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이 뒤에 나올 Moviemistakes.com과 상호 연계하고 있어 몇몇 메뉴는 Moviemistakes.com으로 바로 연결되도록 해놓았다. 무엇에 쓰라는 사이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봤던 영화 결말이 기억이 안 나 답답할 때 유용할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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