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뽀뽀 장면을 찍는다고 하자. 뽀뽀신(장면)은 여러 개의 커트가 합쳐져 있을 것이고(가령 각도를 다르게 잡는다든가), 그리고 단번에 만족스러운 OK 장면이 안 나면 몇 번 더 테이크(촬영 시도 회수)를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날짜와 몇 번째 필름롤을 썼는지를 카메라 첫 장면으로 찍어서 기록해둬야 나중에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찍어놓은 무수한 필름들이 뒤섞여서 뭐가 뭔지 구분할 수가 없다. 나무 막대로 ‘딱’ 소리가 나게 치는 까닭은 화면뿐 아니라 소리도 구분하기 위해서다. 장면과 소리를 나중에 다 잘라서 필요한 부분에 이어붙이려면 화면과 소리의 구분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건 없으면 안 될 영화 일기장인 것이다. 카메라 촬영 첫 장면에 꼭 일기장 번호를 넣고, 일기장을 시작하는 ‘딱’소리를 넣는 것, 이제 영화촬영이 시작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