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감독 조너선 모스토 출연 매튜 매커너헤이, 빌 팩스턴 자막 한국어, 영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지역코드 3

이상하게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특히 심해로 잠수했을 때 느껴지는 밀폐된 공간감이나 고래의 울음소리같이 육중한 잠수함 특유의 소리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을 죄어올 만큼 매력적이다. 그런 현상은 진지한 잠수함영화일수록, 그리고 이른바 말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형태를 띨수록 심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여름 시즌을 겨냥해 개봉되었던 <U-571>은 반갑게도 이 두 가지 조건을 아주 충실하게 만족시켜주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매튜 매커너헤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큼 유혈이 낭자한 전쟁영화용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도 딱 맞아떨어져, 상당히 느긋한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이번 DVD는 서플먼트부터 공략을 시작했다. 사실 매번 새로 출시된 DVD 케이스의 뒷면에서 제일 먼저 살펴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서플먼트가 얼마나 충실하게 담겨져 있는가이다. 물론 본영화가 얼마나 좋은 영화인지가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서플먼트의 내용 또한 흥미를 배가하거나 그 반대가 되거나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U-571>의 DVD 서플먼트는 우선 양적인 면에서부터 대단한 위용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장감 있게 보여주는 제작과정은 물론이거니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군인들과의 인터뷰, 영화 속 잠수함의 모델이 되었던 실제 잠수함들에 관한 여러 자료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가장 주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암호 해독기에 관련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마치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만큼의 다양한 자료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당연히 철저하고 꼼꼼한 감독의 성격이 자리하고 있다. 시나리오 원안에서부터 각본까지 내용적인 면을 스스로 만들어낸 감독답게, 조너선 모스토 감독은 3년 넘게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자료들을 하나라도 빠뜨릴세라 DVD에 차곡차곡 담았던 것이다. 감독의 이런 치밀한 성격은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 좋은 예가 바로 <U-571>에 자주 등장하는 물 위에서 벌어지는 전투장면. 그런 장면은 어떤 세트에서 어떻게 찍는 것일까를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세트디자이너의 설명과 함께 실물크기의 잠수함을 주조하는 장면부터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뒤 만들어진 모형을 대형 사이즈의 수조에 놓고 각종 강우기와 파도를 만들어내는 기기를 사용해 실제 바다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고, 그 속에서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과정까지 매우 상세하게 비춰주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무엇보다 저만한 크기의 수조가 진짜 존재할 수 있구나 하는 일종의 놀라움에 가벼운 흥분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서플먼트를 통한 공부(일종의 ‘영화로 보는 2차대전사’)를 끝내고 본 영화를 감상하면서 다시 한번 새롭게 발견한 장면이 있었다. 다른 영화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DVD 사운드만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폭뢰(어뢰가 아니고 일반 함정이 잠수함을 폭파하기 위해 물 속으로 떨어뜨리는 폭탄) 폭발장면들이다. 이 장면을 포함해 <U-571>는 사운드에서 거의 흠잡을 데 없다는 평을 듣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디지털 극장 시스템’(DTS)으로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DTS가 지원되는 DVD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더욱 생생한 효과음을 마음껏 즐길 수가 있다.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너무 마음놓고 볼륨을 올려놓았다가는, 황급히 소리를 낮춰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김소연/ 미디어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