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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3인의 세 가지 사랑 맛, <에로스>
ibuti 2006-02-24

‘영화 사상 가장 눈부신 만남.’ <에로스>의 한국 개봉에 맞춰 준비된 홍보문구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만남은 이미 오래전에 여러 번 시도된 바 있으며, 예술영화가 대중에게 사랑받은 1960년대엔 수많은 작가들이 옴니버스영화에 다투어 참여하면서 옴니버스영화가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근래 몇년 동안 옴니버스영화가 여러 번 만들어지기도 했거니와 <에로스>에 이어 에르마노 올미, 켄 로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티켓>까지 등장한 상황은 잠시나마 과거의 화려한 시절이 재현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중 제목 그대로 ‘에로스’에 관한 영화인 <에로스>는 호모 에로티쿠스에 대한 경직되고 정밀한 탐구라기보다 시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에 가까운 소품이다. 무릇 에로스란 육체적이고 치명적이며 파괴적인 것이어서 아찔한 경험에 더 어울리는 것이고 보면, 그간 스타일리스트로 일가를 이룬 왕가위, 스티븐 소더버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에로스의 세계를 탐하기에 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비련과 절제의 에로스를 표현한 <그녀의 손길>과 <꿈속의 여인>도 좋지만, <에로스>의 절정은 안토니오니의 <위험한 관계>다. 열정이 사라진 뜨악한 발걸음에서 욕망으로 귀환한 남자가 발견한 여성의 신비 그리고 새로운 관계의 시작은 <정사>와 <여성의 정체>를 잇는 안토니오니의 비경이다. DVD의 부록은 대부분 <그녀의 손길>에 맞춰져 있다. 영화의 착상과 역할에 관해 말하는 왕가위, 공리, 장첸의 인터뷰(사진)가 30분에 이르며, 그 외 장첸의 한국 방문 영상, 포토 갤러리, 예고편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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