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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퇴물선수의 고통, <달라스의 투혼>

스포츠영화는 전쟁영화와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장대한 액션 장면, 초인적 영웅의 등장, 그리고 볼거리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동료들간의 내밀한 감정교류가 은유적 구실을 한다는 것도 흡사하다. 그럼에도 스포츠영화는 규범적이고 도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때로는 초인적 영웅 대신에 가련하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을 내세우곤 한다. <달라스의 투혼>이 좋은 예다. 은퇴할 날을 기다리는 적지 않은 나이의 선수가 나오는 이 작품은, 인상적인 스포츠영화다.

미식축구 선수 필은 매일 아침, 고통 속에서 깨어난다. 자신이 겪는 경기장에서의 고통이 오버랩되는데 이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그의 직업인 미식축구 자체가 격한 몸싸움을 요구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강철 같은 몸뚱이”란 찬사는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마음먹은 대로 플레이할 수도 없다. 부상도 당하다보니 이제 그는 은퇴할 날만 기다리는 퇴물선수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죽어도 은퇴할 생각이 없다.

<달라스의 투혼>은 쉽게 무시되곤 하는 스포츠 세계의 비정함을 보여준다. 미식축구의 현장은 뜨겁고 승리를 거둔 영웅들에 대한 찬사로 이어지곤 하지만 경기장 밖 세계는 다르다. 선수 필의 고통은 그래서, 남다르다. 스포츠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필은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경기에 임하고 여자친구는 그의 행동을 납득하지 못한 채 이별을 고한다. 점차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가는 필은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구단과도 마찰을 빚는다. 이렇듯 철저하게 외면당하면서 고통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 스포츠 주인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록키> 시리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슈퍼 영웅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영화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달라스의 투혼>은 구단주와의 마찰, 필의 선수생활 중단 등의 에피소드를 엮으면서 프로스포츠 이면의 냉엄한 법칙과 스포츠 세계에서 특정 선수가 잔혹하게 소비되는 과정을 지켜본다. 퇴락해가는 미식축구 선수를 연기하는 닉 놀테의 모습은 너무나 사실적이라 연기가 아닌, 일상의 순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테드 코체프 감독은 1980년대 미국사회의 보수성을 담고 있는 <람보>(1982)로 일약 스타 감독에 오른 인물이다. 이후 <지옥의 7인> 등의 다양한 장르영화를 만들었지만 감독에게 <람보>의 유명세를 대신할 수 있는 영화는 없었다. 그의 1979년작 <달라스의 투혼>은 닉 놀테의 연기뿐 아니라 감독의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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