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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을 선언한 CJ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
사진 오계옥문석 2006-02-13

김주성(47) CJ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느낌은 젊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투자·배급사이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의 CEO라 하기엔 다소 어려 보이기까지 한다. CJ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변화의 급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인터뷰 내내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던 김주성 대표는 조직과 인력을 바꾸고 이전과는 다른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을 향하고 있다. 사실, 변화 지향적인 그의 노선은 젊은 패기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의 수익은 나빴고, 배급순위 1위 자리를 쇼박스에 빼앗겼으며, 통신자본과 새로운 배급사로부터 도전받고 있고 있다. 올해 초에는 CJ엔터테인먼트가 물적분할을 통해 CGV, CJ미디어 등의 지분을 놓고 비상장 법인으로 바뀐다는 계획까지 발표됐다. 창사 이래 CJ엔터테인먼트가 맞은 가장 큰 파랑을 돌파해야 할 선장인 그는 짧은 영화계 경력이 어울리지 않는 치밀한 논리로 현안 타개를 넘어 미래의 생존을 위한 항로를 그리고 있었다. 승부처를 해외시장에 두고 있는 그로부터 2006년 CJ엔터테인먼트의 행보에 관해 들어봤다.

-영화계에서는 다소 낯이 선 편이다. =영화계에서는 쟤 뭐하던 사람이야, 하는 것 같은데 애초에는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에서 근무했다. 93년 그곳에서 케이블채널 Q채널 사업을 시작했는데, 결국 삼성영상사업단으로 뭉치게 됐다. 98년 영상사업단이 문을 닫은 뒤 Q채널을 운영하게 된 중앙방송으로 옮겼다가, 좀 복잡한 계기로 온미디어로 옮기게 됐다. 잠시 한국 최초의 ‘페이 퍼 뷰 TV’ 사업을 시도하다가 2003년 2월 CJ미디어에 입사했다. CJ엔터테인먼트로 온 것은 2005년 3월이다.

-스스로도 영화계가 낯설었을 것 같다. =그래도 도움이 됐던 게 삼성영상사업단 출신의 영화인들이었다. 나는 방송사업본부였지만, 영화사업본부 출신으로 충무로에서 활약 중인 분들이 많다.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길종철 부장은 물론이고 최완 아이엠픽쳐스 대표, 노종윤 노비스 대표, 김은영 PD 등 삼성 출신이 많다보니 그동안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왔고, 덕분에 영화계가 그리 낯설지는 않다. 광고대행사에서 출발해서 미디어, 영화로 옮겨왔지만, 비슷한 게 하나 있다. 크리에이터들, 그러니까 창작하는 사람들과 일을 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그것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창작자들과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체득적으로 알게 된 것 같다.

-대표이사로 부임한 지 2개월가량 됐다. =지난해 12월5일자로 선임됐는데,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실감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보면, 2003년에 비해 2004년과 2005년 실적이 썩 좋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도 환경이 너무 바뀌었다. 통신사 자본이 들어왔고, 배급, 제작, 유통, 투자, 매니지먼트 등의 분야가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CJ엔터테인먼트의 진로를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다.

지금은 CJ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시작

-올해 초 CJ엔터테인먼트의 기업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4월부터는 CJ엔터테인먼트가 그동안 지주회사 격으로 관리하고 있던 CGV, CJ미디어, CJ인터넷 등이 (주)CJ 관할로 들어가고, CJ엔터테인먼트는 비상장 법인이 돼 신설된다. 이들 기업이 상장기업으로 우리가 관리하기에는 너무 커졌다. 그리고 이들 기업의 지분을 갖게 되다보니 차입금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영화에 투자하고 생산하고 배급하는 주된 업무에 초점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좀더 큰 이유는 시장의 한계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CJ그룹의 4대 핵심사업 중 한군(群)인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E&M)를 가져가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이다. 결국 해외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게 결론이라면 지금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상장이라는 게 부담이 됐다. 그래서 시장을 키울 때까지 영화에 전념하자는 결정을 내리게 됐고, 물적분할을 통해 부채를 없애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됐다. 지금 시점은 CJ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적분할과 관련, 항간에서는 CJ가 영화업을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펼치려는 포석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 CJ그룹 차원에서 CJ엔터테인먼트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향하는, 좀더 구체적으로는 콘텐츠사업으로 향하는 데 있어 중심을 차지한다. 이 사업의 중요성은 CJ그룹에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CJ 내에 CGV가 있고, 미디어가 있고, 케이블넷이 있고 인터넷이 있는데 사실 이게 모두 콘텐츠에 의해 운용되지 않나. CJ미디어에서도 콘텐츠를 만들지만, 아무래도 파워는 영화, 드라마쪽이 강하니까 CJ엔터테인먼트가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다만 상장기업이 비상장기업으로 간다니까 말이 많은 건데, 이건 오히려 좀더 잘 나가기 위한 구조조정이다. 기업의 구조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동안 차입금은 왜 그렇게 많았던 것인가. =앞서 말했듯, CJ미디어와 CJ인터넷에 대한 지분 투자가 있었고, 작품 수를 꾸준히 늘려오다 보니 내년, 후년에 할 작품까지 투자해 비용부담이 있었다. 또 우리 인원은 쇼박스 등 경쟁사에 비해 2∼3배가 많다. 이건 미래를 위한 투자다. 해외시장 개척이라든가, 마케팅 강화 등을 위한 인력 등이 많다. 인건비 부담이 있지만, 올해부터 이런 투자가 서서히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41억원에 달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인가. =그게 가장 크고, 또 예전에 몇몇 관련 회사에 투자했던 것이 손실로 돌아오기도 했다. 또 저예산영화 프로젝트에서 나온 손실도 있었다. 이런 것은 시행착오에 대한 수업료라고 생각한다.

-영화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 투자수익률은 어땠나. =그냥 이렇게 보자. 우리가 지난해 14편을 투자했는데 9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타율은 높았는데 수익률 자체는 높지 않다. 저예산영화는 전액 손실이 됐고, 관객 300만 넘은 영화도 <마파도> <친절한 금자씨> <너는 내 운명> <태풍> 등 네편에 불과했다. 돈이 남으려면 3루타나 홈런이 나와야 하는데 말이다. 우리가 공격적으로 시나리오를 가져가지 못한 게 있지 않은가 생각하기도 한다. 지난해를 거치면서 실력이 배양된 게 있을 테니, 올해는 장타가 터질 것을 기대한다. <투사부일체>가 너끈히 600만명은 넘을 것으로 보이니 출발은 좋은 편이다.

국내경쟁보다 해외시장 개척이 훨씬 더 중요

-지난해 배급 순위에서 쇼박스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자타공인 업계 최대 업체로서 자존심이 상했을 것도 같다. =물론 우리가 장타를 쳤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지난 일이다. 한 가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면은 경쟁자가 없다면 발전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처럼 큰 규모의 영화도 만들어주고, 다양한 시도도 해줄 수 있는 경쟁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도 문제점을 발견하려 애쓰고 노력도 더하게 되는 것 같다.

-올해의 목표는 아무래도 배급시장 1위 탈환일 것 같다. =물론 배급시장 1위도 목표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사실, 이 시장이 커지려면 딱 두 가지 아니겠냐. 국내에서 보는 사람이 계속 많아지거나 한국 바깥 시장을 확보하거나. 그런데 국내시장으로 보면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수도권 관객 1명이 1년에 평균적으로 5회 정도 영화를 보고 있다. 굉장히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전국으로 보면 3회에 조금 못 미치니까 아직 확장될 여지가 있지만 결국 제한적일 것 같다. 지금도 멀티플렉스를 계속 짓고 있지만, 관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이전 상황과는 다른 것 같다. 관객의 높아진 눈에 맞추려다 보니 제작비가 상승하게 되고, 자연히 기존 시장에서 나오는 매출로는 제작비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지 않으면 한국 영화산업은 머지않아 정점에 다다른 뒤 어려워질지 모른다.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현재로선 아주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첫째로는 우리의 창작력이 녹아든 해외와의 공동제작 영화를 만들되, 부분적인 투자에 대한 대가를 받는 형식이 아니라 우리가 소유권을 갖고 직접 배급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 <태풍>이 드림웍스 배급망을 타고 북미에 배급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으로 메이저가 직접 배급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런 게 몇번 지속되면 나아질 것이라 본다. 왜 상에도 반찬이 자꾸 올라와야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자꾸 보여져야 한국영화에 익숙해질 것이다. 지금 북미 지역에는 아시아 문화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매우 커진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때 가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올해 내 개봉은 어렵겠지만, 우리는 올해 안에 북미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공동제작 영화의 계약을 이뤄낼 계획이다. 두 번째는 일본, 중국, 미국 등 시장에서 직접 배급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간업자에게 미니멈개런티를 받고 파는 형식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정작 현지시장은 잘 모른다. 일본에 그렇게 영화를 많이 팔았어도 일본 배급시장이 어떤지, 방송이나 DVD 시장이 어떤지 잘 모른다. 파트너와 손을 잡고서든 어떻게든 직배를 하자는 거다. 시장을 알아야 그 공략 방법도 알게 된다. 세 번째는 이런 일을 위한 네트워크를 다지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 여기에 대응할 만한 능력을 가진 인력이 필요한데, 기존 인력만으로는 힘들 것 같다. 새로운 인력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영화인력을 양성한다는 말인가. =최소한 2∼3년 뒤를 내다보고 감독이나 프로듀서, 작가를 양성해야 할 것 같다. 시나리오 공모전도 있고 우리도 아시아인디영화제 같은 행사를 통해 신인을 찾고 있지만, 그런 것들을 좀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산학협동을 할 수도 있고, 기존 작업을 정교화, 확대할 수도 있다. 그 하나의 예가 SBS, 안병기 감독과 함께 만드는 HD 공포영화 시리즈다. 이 영화들을 SBS에 팔아서 돈을 남기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단편영화 감독이 장편으로 가는 데 있어 가교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영화자본, 양보다는 질의 문제다

-올해는 한국영화를 몇편 정도 배급할 계획인가. =이거 얘기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한국영화를 20여편 배급하려고 한다. 우리는 시장을 늘림과 동시에 규모도 조금 늘려야 한다고 본다. 잘 만들 수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게 결국 시장을 키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제휴 관계이던 싸이더스FNH나 간간이 협력했던 MK픽쳐스가 독자노선을 걷기로 한 상황에서 그 정도 물량을 채울 수 있을까. =한국에 제작사가 몇개나 있는지 아나? (웃음) 싸이더스의 경우엔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자체 사정으로 배급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타짜> 등 아직 4편이 남아 있다. 그리고 지난해 협력 관계를 맺었던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계속 협력 관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해 통신자본이 유입됐으며, 싸이더스FNH와 MK픽쳐스가 배급에 뛰어드는 등 시장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잘만 된다면 오히려 좋은 영향이 될 수 있다. 올해는 한국영화가 90편 정도 나올 것 같다. 일단 돈이 충분해졌으니까. 그런데 걱정은 돈의 성격에 관한 것이다. 영화산업의 메인자본은 꾸준히 남아서 투자될 돈이어야 한다. 잠시 들어왔다가 이게 아닌가보다 하고 갑자기 나가버리면 시장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 잠재적인 창작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잘못하면 설익은 창작자들이 막 나가는 바람에 관객이 한국영화에서 떠나갈지도 모른다.

-드라마 제작 계획은 없나. =하려고 한다. 그렇더라도 미니시리즈 16부작, 이런 것은 되도록이면 안 할 것 같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처럼 퀄리티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사실 퀄리티를 높이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 2∼3년 전만 해도 수익을 내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에서의 방송권을 공짜로 넘기더라도 해외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영화와 관련된 역량이 드라마쪽에 힘을 기울인다면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바라는 바가 있다면, 드라마가 국가 위상과 관련해 끼친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해외용 드라마에 대해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는 점이다.

-부율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CJ엔터테인먼트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것은 개별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제협과 극장협회가 논의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중소 규모 극장의 운영이 어렵다는데, 우리가 주장을 밝히는 게 이기적으로 받아들여질까봐 조심스럽다.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부가판권 수익을 높이는 것일 텐데, 생존책은 없다고 보는가. =안 그래도 직배사 4개사와 우리, 시네마서비스가 테이블을 만들어 논의를 하고 있다. 핵심은 DVD 대여시장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4∼5년간 판매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는데, 별 반응이 없다. 대여는 아직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 한번 해보자는 거다. 단 5%라도 끌어올리면 좋겠고, 수익이 떨어지는 것만이라도 막았으면 한다. 일단 기본안을 만들어야 하니까 일부만 모였지만, 곧 대다수 관련업계가 광범하게 동참할 것으로 본다. 함께 힘을 모아 DVD 시장을 넓히고, 불법복제도 막아야 한다.

-<태풍> 개봉 때 계열사인 CGV가 지나치게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일부에서는 배급과 상영의 수직계열화의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태풍> 같은 경우는 속된 말로 ‘기대만빵’ 영화 아니었나. 그런 기대 속에서 우리 입장에선 최대한 스크린을 잡아야 했다. 극장도 단지 우리가 조르니까 스크린을 내줬겠나. 그런데 <킹콩>을 좋은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던 관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 같다. CGV만 유난히 많은 스크린을 내줬다면 모를까, 500개 넘는 스크린을 확보했다는 것은 거의 모든 극장이 스크린을 파격적으로 할애했다는 얘기다. 사실, CGV는 상장기업이므로 실적이나 주가를 신경써야 한다. 매달 목표관객을 채워야 한다. 사실, <너는 내 운명>은 개봉 당시 CGV의 귀퉁이 스크린에 걸려 있어 우리가 항의한 적도 있다. 사실 CGV로부터는 일반적인 극장과 배급사의 관계에 비해 아주 약간의 메리트만을 얻는 정도다.

향후 2,3년간 해외진출 위해 총력 기울이겠다

-올해의 화두는 중국인 것 같다. 중국시장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중국시장에 씨앗은 지난해 참 많이 뿌렸다. CJ미디어와 함께 투자한 CJ센추리라는 자회사를 통해서 네트워크를 다진 것이다. 이 회사는 중국시장에서 DVD를 유통, 배급하고 있는데, 워낙 불법복제가 판치는 곳이라 영업이 안 되긴 하지만 목표가 당장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유통망 구조를 알기 위한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일단 길을 닦아야 짐을 나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중국 정부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마음만 먹으면 한순간에 불법복제가 없어질 수도 있다. 중국은 물건을 팔 외국시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한국시장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 결실이 언제 나올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워너처럼 선점을 위해서 영화관도 만들고 합작도 하고 하는 게 맞는지, 준비만 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빨리 들어가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올해 안에 어떤 방침이 정해질 것 같다.

-CJ엔터테인먼트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지향한다고 밝혀왔다. 어떤 내용을 가진 시스템인가. =원론적인 스튜디오 시스템 중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문은 제작이다. 하지만 해외 스튜디오와 비교할 때 부족한 것은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사업구조를 견실하게 만들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 스튜디오의 경우 라이브러리 수익이 40%라고 한다. CJ미디어 있을 때 007 시리즈 전편 방영권을 사는 데만 200만달러를 줬다. 그런 부분이 커지면 선순환적인 수익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스튜디오로서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좀 건방진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CJ엔터테인먼트가 영화의 많은 것들이 통하는 관문이 됐으면 좋겠다. 창작자는 리스크를 던 채 창작에 몰두하고, 리스크가 큰 부분은 스튜디오가 책임지는, 그리고 수익이 발생하면 기여한 사람과 나누는, 그런 역할 분담이 이뤄졌으면 한다.

-CJ엔터테인먼트의 중·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누구든 일본의 비디오 가게에 갔을 때 한국영화 섹션이 있고, 미국의 비디오 체인 블록버스터에 갔더니 한국영화들이 한면 가득 꽂혀 있는, 그런 상황. 그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지금 타이밍이 된 것 같다. 한 2∼3년간 해외로 나가기 위해 총력을 다해 노력하면 꽃이 필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장도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그러면 결국 CJ그룹이 그동안 투자한 돈이 무너질 것이니 우리로서는 중요한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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