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살아야 관객도 있는 법
1998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FTA 추진을 논의할 당시부터 미국과의 FTA가 거론되었다. 어떤 국가와의 FTA보다 경제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협정 체결로 우리 경제제도를 선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동북아 힘의 균형을 지탱하고 있는 미국과의 FTA는 군사 및 외교정치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무역과 투자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협정이다. 다수 연구자들의 계량분석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한-미 FTA 체결시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증가, 후생수준 향상, 수출 및 고용 확대 등 상당한 경제적 이득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가장 높은 경제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FTA 대상국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과의 FTA로 가장 큰 경제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분야는 서비스산업이 될 것이다. 우리 서비스산업은 선진국보다 낮은 GDP 비중, 성장세 둔화, 낮은 생산성 등과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비록 많은 FTA 체약국들이 포괄적이며 수준 높은 FTA를 체결하는 것으로 주장하지만, 미국이 체결한 협정을 제외하고는 협정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 이러한 점으로 보면, 미국과의 FTA는 우리 서비스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새해 연설에서 대통령이 서비스산업의 선진화와 미국과의 FTA 추진을 공식발표한 일주일 뒤인 지난 1월26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전격적으로 결정하였다. 이로써 미국과의 FTA 추진은 탄력을 받게 되었고, 조만간 한·미 양국이 공식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7월부터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이 현재의 연간 40%(146일)에서 20%(73일)로 줄어들게 된다. 현재 우리 영화는 수출상품일 뿐만 아니라, 상영비율은 60%에 육박하고 있어 쿼터가 축소되더라도 한국 영화업계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만도 우리 국민의 다수는 스크린쿼터 유지를 지지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오히려 쿼터 축소를 지지하고 있다. 우리 영화계의 쿼터 축소 반대 움직임과는 반대되는 현상으로, 개방과 개혁 필요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6년 유통서비스 시장 전면 개방에서도 반대 논리가 제시되었으나, 개방 이후 우리 유통산업은 오히려 급성장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쿼터, 관세와 같은 교역장벽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FTA의 기본 취지인 점으로 볼 때, 쿼터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프랑스는 영화에 대한 쿼터를 철폐하였고, 현재 멕시코, 중국, 스페인, 스리랑카, 파키스탄, 콜롬비아 등이 쿼터제도를 가지고 있으나 중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와 같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영화계는 멕시코의 사례를 들어 현행 스크린쿼터 유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1990년대 들어서 멕시코 영화제작이 감소한 것은 멕시코 경제사정 악화가 주된 원인이지 스크린쿼터 축소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멕시코 정부의 설명이다. 멕시코 산업영화가 대부분 질이 낮은 통속물이었고, 페소화 위기 등 경제상태 악화에 따라 영화 제작업자가 도산하면서 영화산업이 쇠퇴하였다. 우리 영화업계는 원인과 결과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 증가와 대미 무역수지 악화를 이유로 미국과의 FTA를 비판하고 있으나, 대미 농산물 수입은 제3국의 농산물을 대체함으로써 우리 농업에 대한 영향은 업계의 우려보다 축소될 수 있고, 대미 무역수지가 일부 악화되더라도 대 세계 무역수지 흑자폭 확대로 우리 경제는 상당한 실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살아야 관객이 있을 수 있으며, 문화 신장은 경제적 풍요를 기반으로 한다. 수출의존도가 70%인 우리 경제가 수출 확대 및 통상환경 개선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