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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 평정한 ‘마이걸’ 종방 앞둔 전기상 피디
윤영미 2006-02-02

“새로운 캐릭터와 형식, 가지 않은 길만 간다”

“<마이걸>이 밝은 내용과 가족사, 경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목표층은 10~20대였지만, 실제 시청자층은 30~40대까지 폭넓게 분포했어요.”

지난해 12월14일 방송을 시작한 뒤 2주 만에 수목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최강의 자리를 지켜 온 에스비에스 <마이걸>(극본 홍정은 홍미란)의 전기상 프로듀서는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이걸>은 귀여운 사기꾼 주유린(이다해 분)과 재벌 3세 설공찬(이동욱 분)이 계약남매를 맺은 뒤 벌어지는 해프닝과, 이들의 관계가 사랑으로 진전해 가는 과정을 만화적 기법으로 그려 나가는 신세대 취향의 트렌디 드라마다. 한국방송 드라마 <쾌걸춘향>으로 히트를 친 전기상 피디와 홍정은·홍미란 작가가 다시 손을 잡고 만들어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2일 마지막회 방송을 앞두고 제작에 눈코 뜰새없이 바쁜 전 피디를 지난달 25일 밤 에스비에스 목동 사옥에서 만났다. 전 피디는 1985년 한국방송에 입사해 <사랑의 인사> <파파> <완벽한 남자를 만나는 방법> <보디가드> <쾌걸춘향> 등을 연출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해 왔다. 스피디한 전개, 액션과 멜로, 트렌디를 넘나드는 다양한 연출이 특징이다.

전 피디는 또 ‘스타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신인 발굴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연출자다. 신인 배우의 장점을 찾아 그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능력을 발휘하곤 했다. <사랑의 인사>에서는 배용준을 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로 다듬어 지금의 ‘욘사마’ 기초를 만들었고, <보디가드>에서는 차승원의 스타성을 발굴했다. <쾌걸춘향>에서는 한채영과 재희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 놓았으며, 현재 <늑대>에서 화려한 연기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엄태웅을 발굴했다.

사기꾼 여주인공·만화기법 시청자 눈 사로잡아 몸던진 연기·기발한 대본에 공돌려 차기작은 판타지성 무협멜로

<마이걸> 촬영 현장에서 전기상 피디가 출연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다.

그는 <마이걸>에서도 주인공 이다해, 이동욱, 이준기의 이미지를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주연배우들이 이전에 가졌던 이미지가 이번 드라마의 캐릭터와 많이 달랐고 4명 모두 신인이라 캐스팅해 놓고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드라마를 만들어 갈수록 젊고 자기 세대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들로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이다해는 예쁘게 보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리얼하게 몸을 던져 연기했다”며, “어리지만 대단한 역량을 가진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동욱에 대해서도 “이전의 주말 드라마에서 풀어져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 미니 시리즈의 남자 주연에게 필요한 카리스마를 보여 줄 수 있을지 우려했지만, 나름대로의 색깔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고 호평했다.

전 피디는 이 드라마에서 자유주의 바람둥이로 쿨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준기(서정우 역)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의 여성적 이미지를 벗기느라 초반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강도높은 액션 장면을 늘리고, 본인의 굵은 목소리를 그대로 드러내도록 하고, 성격도 강하게 가져간 게 초반에 시청자들에게 어필해 매력적인 남성상을 보여 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설공찬을 놓고 주유린과 사랑 싸움을 벌이는 테니스 스타 김세현 역의 박시연에 대해선 이번이 국내 드라마 데뷔라 연기력을 걱정했지만, 삼각관계에서의 질투심을 표현해 가는 과정에서 연기가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마이걸> 촬영 현장

이번에 두 번째 함께 작업을 하는 홍정은·미란 자매 작가들과의 호흡은 잘 맞을까? “정은·미란 자매는 기존 작가들과 달리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얘기와 형식을 드라마에서 보여 줍니다. 나에게 잘 맞는 드라마 투르기(극작법·희곡론 등 드라마의 구성을 가리키는 말)를 갖고 있어요.” <쾌걸춘향>이나 <마이걸>처럼 새로운 캐릭터와 형식의 드라마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전 피디에게는 ‘딱 맞는’ 파트너인 셈이다.

다음 작품도 이들 작가와 함께 구상하고 있단다. 이번엔 판타지 성격을 띤 무협 멜로물이다. “제가 즐겨 쓰는 게 퓨전 기법이거든요. 액션과 무협, 멜로, 현대와 과거가 혼재하는 드라마를 올 하반기 방송 목표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전 피디는 지난해 20년간 몸담아 온 한국방송을 떠나 신생 독립제작사인 칼리스타로 옮긴 이유를 묻자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맘껏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는 지상파에서 일하다 독립제작사로 옮길 때 제작사 지분을 갖는 다른 피디들과 달리, 칼리스타와 계약하면서도 경영에 신경쓰지 않으려고 지분을 요구하지 않았다. 작품에만 몰두하려는 뜻에서다.

이처럼 작품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에게 드라마 사전전작제는 꼭 이뤄졌으면 하는 첫번째 희망사항이다. “현재 우리나라 드라마는 방송사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제작진이 며칠씩 밤을 지새는 열악한 상황에서 제작되고 있어요. 이런 여건이 지속되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지요. 영화처럼 드라마 시장에도 투자자본이 들어오면 몇 년 안에 사전제작이 가능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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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칼리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