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지겸(기태영), 필정(이수경), 최홍(김형범). 문화방송 제공.
티브이판 ‘왕의 남자’가 전파를 탄다. 4일 밤 11시45분 전파를 타는 문화방송 <베스트극장> ‘통정’(이주희 극본, 손형석 연출)을 통해서다.
드라마는 ‘가난 때문에 거세된 뒤 내시가 되어 남성으로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 여자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면’이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시작한다.
내시 지겸(기태영)은 어머니 장희빈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경종이 자진하려 할 때 목숨을 구했던 인연으로 경종의 신임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지겸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내관에게 양자로 팔려 내시가 된 과거를 안고 살아간다.
그가 보살피는 왕 역시 외로운 사람이었다. 장희빈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보호받지 못한 왕이었다. 궁궐 안의 왕이면서도 군림하지 못한 왕이었다. 외로운 내시는 그런 왕에게 연민을 품고 왕을 지켜주게 된다.
어느 날 손을 다친 지겸은 경종의 저녁수라 시중을 들다 옷에 묻은 피 때문에 궁궐에서 빨래와 옷 손질을 담당하는 세답방을 찾는다. 그 곳에서 맞고 사는 어미 모습이 싫어 스스로 궁녀가 된 필정(이수경)을 보게 된다.
필정은 핏자국을 말끔하게 제거해주고 색이 많이 바랬으니 다시 물들여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다 사양하는 지겸과 실랑이하다 실수로 두 사람은 서로 껴안게 된다. 지겸의 가슴이 갑자기 뛰는 순간, 당황한 필정은 지겸의 뺨을 때린다.
예기치 못한 감정에 휩싸이는 필정과 지겸. 그러나 필정을 연모하는 내관 최홍의 모함으로 지겸은 내쫓기는 신세에 처한다. 지겸과 필정은 어느새 서로에게 연정을 느끼고 말 못하는 사랑을 키우게 되지만, 지겸은 필정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경종이 토한 곤룡포의 토사물을 보고 독살을 의심한 지겸은 필정의 도움으로 경종이 독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린다. 그러나 심약한 경종은 사건을 그만 덮어두라 명하는데….
‘통정’은 지겸과 필정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멜로와 경종 독살이라는 스릴러가 얼개로 짜여져 있다. 드라마를 만든 손형석 피디는 “마음에 품은 사랑이 시대와 왕에 대한 연민 앞에 가로막혀 버린 내관 지겸을 통해 내시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아팠던 한 남자의 삶을 조명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베스트극장은 상투적인 설정의 주말 드라마나 미니 시리즈와는 달리, 세태를 풍자한 ‘가리봉 오션스 일레븐’과 색다른 스릴러물 ‘문신' 등 다양한 소재와 실험적인 작품을 다뤄 호평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