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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동유럽영화는 어디로 갔을까
ibuti 2006-01-27

왼쪽부터 <천사들의 수녀 요안나> <콩쿠르> <사랑> <도청장치> <또 다른 길>

몇년 전 <사랑>이란 지극히 평범한 제목의 동유럽영화를 보았다. 고도로 구상된 서정적 영상과 그 사이로 대담하게 삽입된 몽타주, 그리고 정치범으로 수감된 남자를 기다리는 어머니와 부인의 고독을 절절하게 그린 영화는 카롤리 막이라는 낯선 이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알아보니 막은 헝가리영화를 대표하는 유명 감독이었으며, <사랑> 또한 당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화제작이었다. 이처럼 1950·60·70년대에 동유럽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영화사의 한장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관객에겐 존재하지 않았던 양 망각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구소련의 전체주의적 통제상황 아래 정치적 풍자와 비판을 견지했던 그들 영화는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과 함께 빛을 잃은 지 오래이며, 예술적 취향을 물씬 풍기던 몇몇 독보적인 스타일의 작품들도 시대에 뒤떨어진 퇴물로 취급받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사정이니 홈비디오 시장에서 예전 동유럽영화는 매력적인 대상이 되지 못한다. 미국의 크라이테리언, 키노, 패시츠 등에서 DVD를 출시한 바 있으나, 안제이 바이다, 밀로스 포먼, 베라 키틸로바, 미클로슈 얀초 등 유명 감독의 작품에 국한되었을 뿐이며, 그 또한 아주 간헐적으로 출시될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유럽 작품의 DVD 출시에 주력하고 있는 영국의 ‘세컨드 런’이란 회사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출시된 작품만 봐도 위에 언급한 <사랑>, 사랑에 빠진 두 여자라는 민감한 소재를 선택한 막의 1980년대 대표작 <또 다른 길>, 포먼의 데뷔작이자 체코 뉴웨이브의 시작을 알린 <콩쿠르>, 사랑과 악마에 면한 신부와 원장수녀를 그린 종교적 우화 <천상의 수녀 요안나>, 비판적 리얼리즘과 실험적 영상을 결합했으나 제작 뒤 20년간 상영을 금지당한 <도청장치>, 크리스티나 얀다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신문> 등 줄줄이 문제적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향후에도 세컨드 런은 이반 파세르, 미클로슈 얀초의 작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동유럽영화 외에 <제이슨의 초상> <데이비드 홀즈만의 일기> 같은 미국 독립영화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DVD의 만듦새는 좋다고 볼 수 없는데, 디지털 복원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간혹 심각하게 훼손된 부분이 그대로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감독과 평론가의 작품 외엔 별다른 부록이 없다는 점이 불만일 수 있겠다. 그러나 DVD에 수록된 작품해설 책자에선 작품의 선택만큼이나 정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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