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흥영화 이태원 대표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제작을 포기한다고 밝혔을 때, 충무로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이현승 부위원장은 젊은 감독들이 중심이 된 제작위원회를 구성하려 했고,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또한 제작자들을 규합하려 했으며, 작품으로 임 감독과 연을 맺었던 안성기, 최민식 또한 나름의 투자선을 알아보고 있었다. 이렇게 충무로의 주요 인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천년학> 제작을 돕기 위해 나섰을 때, 임권택 감독은 “이미 결정됐어요”라며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생영화사 키노투가 <천년학> 제작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설 속으로 사라진 시네필의 잡지 이름을 간판에 내건 김종원 대표를 만났다.
-우선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90년대 초에 <말> 기자 생활을 했다. 애초 나는 영화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문화 담당이 되면서 영화와 영화인들을 알게 됐다. 당시에 필진이었던 정성일, 이용관, 주진숙 등과 교우를 맺었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97년 당시 <키노> 편집장이던 정성일씨로부터 자금원이던 기업이 손을 뗐으니 귀국해서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키노>를 인수한 시점이 97년 11월인데, 그 다음달부터 IMF사태가 터져서 광고가 급감하고 제작 단가는 올라갔다. 결국 <키노>를 포기한 뒤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다가 2003년부터 LJ필름에서 이사로 재직했다.
-임권택 감독 영화를 제작한다. =LJ필름에 있을 때부터 독립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성일씨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태흥이 <천년학>을 포기하게 되자 내게 연락을 해 독립을 앞당길 것을 권유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 영화계 인사들을 만나봤더니 투자도 어려울 것 같지 않아서 임 감독님을 만나뵙고 결정을 내렸다.
-투자는 어디에서 하나. =순제작비가 35억원인데 센츄리온 기술투자가 메인 투자자다. 60% 정도를 책임지게 된다. 그리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 지원 차원에서 현금 4억원을 지원하고 현물 투자를 하게 된다. 나머지 중 일부는 임권택 감독님 영화를 위한 펀드를 구성해 조달할 생각도 갖고 있다.
-신생 제작자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작품을 만드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나.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와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기분이 좋다. 이 영화는 흥행보다는 의미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감독’님의 작품답게 투명한 제작관리를 위해 유콘텐츠라는 업체가 투자 부문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영화 제작일정은. =감독님은 3월경 매화가 필 때 촬영을 한 뒤 좀 쉬다가 늦여름부터 다시 촬영을 시작해 겨울철의 눈까지 담으실 계획이다. 실제 촬영기간은 4∼5개월 정도가 되며 개봉은 2007년 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