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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기타노 다케시 갱스터영화의 절정
ibuti 2006-01-20

<브라더>

<소나티네>

‘악당은 죽는다, 반드시.’ 기타노 다케시 영화에서 ‘악당이 죽는다’는 것은 운명이나 도덕적 판단 이전에 존재론적인 명제다. 기타노의 야쿠자는 죽음을 피하지 않는데, 그런 점에서 아벨 페라라의 갱과 본질적으로 같다. 악당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갱스터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두 감독- 기타노 다케시와 아벨 페라라는 따로 어쩔 수 없는 동맹자다. 웃음 지으며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누든(<소나티네>의 아니키) 차 안에 앉아 엄숙한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하든(<킹 뉴욕>의 프랭크) 그들은 한 얼굴이다. 그들에게 구원이란 주어지지 않는다. 신 앞에서 절규를 해본들 구원은 거절되기에(<더티 캅>의 악질 경찰) 그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상대편 악당에게 총을 쏘거나(<브라더>의 아니키) 죽기 전에 온갖 유희를 즐긴다(<3-4×10월>의 우에하라). <소나티네>가 ‘악당의 삶과 죽음’이란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라면, <브라더>는 <소나티네>의 미국판이라 할 만큼 유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두 영화에서 기타노 다케시는 조직의 음모 혹은 해체로 인해 오키나와와 LA로 피신한 야쿠자로 등장한다. 전쟁을 치르던 부하들이 모두 사라진 뒤 자신의 존재를 인식한 주인공은 죽음을 받아들인다. 기타노 영화의 정수라 할 청색, 농담, 유희, 죽음이 풍부하게 드러나는 곳은 <소나티네>의 공간이지만, <브라더>에서 교통사고 이후 죽음을 바라본 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들이댄 기타노의 존재감도 분명 무시못할 수준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죽음만큼 인상적인 건 끝까지 살아남는 두 사람- <소나티네>의 료지와 <브라더>의 데니- 의 존재다. 후반부에 이르러 주인공의 후계자로 다뤄지는 두 사람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설정은 악의 단절에 대한 염원일 것이며, 그런 점에서 두 영화는 단순한 허무를 넘어선다.

재출시된 <소나티네> DVD의 화질은 예전의 열악한 판본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 <소나티네> DVD에선 영화평론가와 영화기자의 음성해설을 들을 수 있다. 쉴 틈 없이 정보와 분석을 쏟아내는 두 사람의 감독과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외국 DVD의 음성해설이 안 부럽다. <브라더> DVD는 ‘기타노 다케시의 새로운 도전’이란 이름의 메이킹 필름을 수록했다. 제작을 맡은 제레미 토머스의 말을 빌리자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기타노의 연출 스타일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부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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