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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20년만에 리메이크

SBS, 김수현 원작 2월 4일 첫 방영…순천에 세트장

전남 순천 세트장

촌스러운 간판의 허름한 행복사진관. 슬레이트 지붕과 통나무를 잘라 만든 전봇대. 신성일·엄앵란 주연의 엉성한 영화 간판. 야트막한 산을 깎아 만든 달동네. 이곳에선 모든 것들이 수십 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에스비에스 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 전남 순천 세트장이 12일 준공식을 겸해 선을 보였다.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만든 1만2천여평의 세트장은 1960년대 순천 읍내와 70년대 서울 달동네, 80년대 서울 변두리 번화가로 꾸며졌다. 모두 63억원을 들여 만든 이곳에는 영화관, 쌀가게, 연탄가게, 양장점 등 200여채 건물들이 그때 그 당시 그대로 재현돼 모습을 드러냈다.

1986년부터 2년 동안 <문화방송>에서 7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장안의 화제가 된 드라마 <사랑과 야망>. 방송 시간대에 다른 집으로 전화 거는 사람은 핀잔과 욕을 들으며 전화를 끊어야만 했다는 바로 그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똑같은 이름으로, 리메이크돼 새달 4일 <에스비에스>를 통해 다시 안방극장을 찾는다. 원작에서 호흡을 맞춘 작가 김수현과 연출자 곽영범이 다시 손을 잡고 작품을 이끌어 나간다.

하지만 등장인물과 이야기 짜임새, 시대배경은 달라졌다. 20년 전 남성훈(박태준 역), 이덕화(박태수 역)가 맡았던 형제 역은 2006년 판에선 조민기, 이훈으로 바뀌었다. 태준과 끊어질듯 하면서도 계속 사랑을 나누는 김미자 역은 차화연에 이어 한고은이 맡는다. 태준·태수 형제의 여동생 박선희 역은 임예진에서 이유리로 바통이 넘어갔고, 김청이 헌신적으로 연기했던 은환 역에는 이민영이 도전한다. 김용림이 맡았던 어머니 역에는 정애리가 연기한다.

전작과 2006년판의 또 다른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속도감이다. 20년 전 98회로 방송됐던 분량을 50회로 줄였다. 1958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를 다뤘던 시대적 배경도 20여년이 지난 점을 감안해 1990년대 초반까지로 10년 정도 늦췄다.

결말 역시 차이가 난다. 30년 가까이 이어지는 태준과 미자의 사랑이 종지부 없이 흐지부지 끝난 원작에 견줘 2006년판에는 두 주인공은 확실한 결론을 얻는다. 물론 결말에 대해 제작진은 입을 다물었다. 곽 피디는 “결말을 정해두었고 드라마의 60% 이상이 지나면 내용도 전작과 달라진다”며 “무엇보다 원작보다 더 재밌고 인간냄새가 나는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2006년판 <사랑과 야망>은 나이든 시청자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층에게는 괜찮은 시대극 한 편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 하나, 작가 김승옥의 고향인 순천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무진기행>의 배경지가 됐던 안개, 순천만 포구를 감싸는 새벽의 짙은 그 안개를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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