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이자 연출가 오태석은 한국인의 토속적 정감의 세계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연극인이다. 그가 이끄는 극단 목화 레퍼터리가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초연한 것은 10여년전부터다. 몬테규가와 캐플릿가의 반목 속에서 피어오른 로미오와 줄리엣의 불 같은 사랑만큼 보편적 주제도 없을 터. 여기에 오태석의 한국적 연출과 우리의 말과 몸짓, 소리가 어우러지며 연극은 10여년간 폭발적 에너지를 발산해왔다. 오방색 커튼과 대청마루, 삼태기, 청사초롱, 십이지신의 동물들과 현무도까지. 400년 전 영국에서 태어난 이방인의 희곡은 이제 언어의 음악성을 지닌 채 한국식으로 활활 살아난다. 한국적 우아함이 넘치는 이 작품은 ‘모든 장면을 엽서에 실어도 손색없을 만큼 한폭의 그림 같다’는 언론의 호평과 함께 2006년 독일, 인도 등에 초청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