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DVD 산업이 추락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그런데 다른 쪽에선 디빅스 플레이어를 추천하는 글이 보이고, 미국 DVD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뭔가 이상하다. 한국 DVD 시장이 몰락했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하며, 그보다 전체 홈비디오 시장의 규모를 먼저 걱정할 일이다. 그리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불법 영상물을 외려 조장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해적판과 온라인 다운로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한국은 제대로 된 시장 규모가 너무도 작기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또한 기술발전이 이리도 빠른 세상인데 DVD가 홈비디오 시장에 들어선 지 10년이면 성장이 둔화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여기서 주목할 만한 프랑스 홈비디오 시장과의 비교를 위해 2005년에 출시된 3편의 DVD를 소개한다.
아방가르드 예술가이자 68혁명의 테제를 제공한 기 드보르가 상황주의자의 입지에 맞게 스스로 연출한 영화―<스펙터클의 사회> <사드를 위해 절규함> 등 총 5편―에 그의 자살 이후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더해진 <기 드보르 작품집>, 장 루슈가 민속학자 에드가 모랭과 만든 직접영화의 대표작 <어느 여름의 연대기>, 68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에서 혁명의 의미를 다시 짚어본 <주먹에는 주먹> <01년> <서른살의 죽음>을 묶은 <68년 5월 작품집>이 그것이다.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필자가 제대로 영화를 보지 못한 게 사실인즉, 그건 드보르의 <스펙터클의 사회> 한국판 서문에서 기획자가 밝힌 것처럼 ‘아둔한 자의 꼴불견’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실천했고, 사회변혁의 영역에서 운동을 이끌었으며, 과거의 시간과 역사를 기억했다는 점이다(물론 예술영화만이 중요하다는 건 아니다). 이어 그 영화를 DVD로 제작한 자들은 유의미한 영화를 계속 찾아 묻히지 않게 했다는 것(<기 드보르 작품집>의 경우 영화 제작자의 살해에 분노한 드보르가 영화를 회수한 이후 20년 만에 공개됐다), 그리고 프랑스 가게에서 이런 DVD를 구하기가 벌써 힘들 정도로 그곳의 구매층이 두텁다는 것, 그것을 말하고 싶다. 어마어마한 수의 한국 관객이 지금도 영화관을 찾는다. 그러나 그중 다시 보여질 영화는 과연 어떤 것인지, 그리고 한국의 홈비디오 제작자 가운데 발굴과 제시에 관심있는 자가 있는지, 관객은 영화를 단지 1회성 소비상품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그 궁금증의 답이 바로 한국 홈비디오 시장의 현주소이며, 문제의 해결도 거기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