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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안녕하세요 하느님’ 주인공 김옥빈

“번지점프처럼 신나게 연기해요”

김옥빈. 올해로 스무살이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사기는 누구나 치는 게 아니냐”며 어설픈 사기꾼 역을 대변할 줄 아는 스무살이다. 외모의 성숙함과 달리 말투에선 치기가 느껴진다.

2년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얼짱’으로 뽑혔다. 곧 영화 <여고괴담 4:목소리>를 찍었다. 지난해 9월엔 에스비에스 추석 특집극 <하노이의 신부>에서 베트남 신부 역을 맡았다. 이어 인터넷 만화를 영화화한 <다세포 소녀>에서 주인공도 맡았다. ‘얼짱’이 담보하는 시대적 감수성과 내면에 감춰진 순수함이 엉켜 있다.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이며 간극이기도 하다.

9일 시작된 한국방송 <안녕하세요 하느님>(강은경 극본, 지영수 연출)에서 주인공 서은혜 역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김옥빈의 설명을 곁들이면, “마음은 착하고 여리지만 세상 속에서 겪는 일들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스스로 벽을 쌓고 퉁명스럽고 강하게, 센 척하는 인물”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사기를 치며 살아가지만 모질지 못해 늘 막바지에 속임수를 들키고 만다. 우연히 버스 사고를 당하면서 옆자리 여성과 신분이 뒤바뀌어 특수장애학교 교사가 되고, 정신연령 7살인 27살의 청년 하루(유건)에게 상실된 모성을 떠올리게하는 대상이 된다.

연예계 데뷔 2년도 안돼,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주인공을 덥썩 맡는다는 게 김옥빈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담이 되고 겁이 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무서운 신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번지점프를 하는 것처럼 재밌고 신났다”는 김옥빈의 체험기가, 시대가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가벼움과 진지함이 혼합돼 있는 모양새는 과거의 신인 연예인들과 좀 다르다.

이를테면, 우선 ‘얼음구두’다. 한참 추운 날씨에 밤샘 촬영을 이어갔단다. “구두가 꽁꽁 얼어서요. 구두만 신으면 입도 얼고 코도 빨개지고 눈물도 줄줄 나는 거예요.” 스스럼없이 말하는 적극성은 참 발랄하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추워서 흘리는 눈물 뒤에 소리 내어 우는 울음도 있다. “하루에 두세번씩 소리 내 울었어요.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요.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 잘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천진하게 어려보이지만 욕심도 크다. “자만이라는 실수를 범하고 있었고, 스스로 지쳐서 울었다”는 고백은 소름이 끼칠 만큼 어른스럽다.

영화와 단막극을 거쳐 본격적으로 대중과 얼굴을 맞댈 미니시리즈 드라마에 와서, 어깨가 가벼울 리 없다. 그러나 과거 세대가 흉내낼 수 없는 가벼움과 적당한 무게의 책임감이 조화될 수 있다면, 돈의 논리에 끌려다니는 연예계의 관성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진 않을까? 고전과 첨단이 뒤섞이고, 선함과 악함이 엇갈리는 외모로 어떻게 연기하며, 어떤 연기자로 살아갈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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