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는 거칠다. 결말을 그대로 알려주고 이를 향해 질주하는 영화를 닮아서인지 액션 역시 화려함보다는 투박함을 앞세웠다. 심지어 장도영을 맡은 권상우는 자신이 직접 대부분의 액션을 연기했다. 일단은 위험을 불사하는 배우의 대담함에 감탄할 일이지만, 이를 허락한 주영민 무술감독의 담력도 만만찮다. 그가 현장에서 언제나 팀 동생들과 함께 준비한 동영상을 검토하고, 권상우가 자신의 의지대로 고난도 액션을 소화하도록 만전을 기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마지막 늑대> 등 7편의 영화에서 무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던 그는 인터뷰 내내 같은 팀(베스트 스턴트팀)의 동생들과 팀의 대장격인 신재명 무술감독(<태풍> <친구> 등)을 향한 무한한 애정과 믿음을 강조한다. 거친 첫인상 뒤에 감춘 세심함이 이제 보니 장도영과 닮은꼴이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언제나 그렇듯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카메라가 다른 각도였으면 더 예뻤을 텐데, 이런 식이다. 그래도 첫 추격신, 역주행 자동차 추격과 스턴트를 이틀 안에 끝냈음에도 그런 그림이 나왔다는 점에 대해선 동생들에게 고맙다.
-역주행 추격 장면을 찍는 노하우가 따로 있나. =여태껏 한국영화에서 그런 장면은 없었다고 자부한다. 방법은, 그냥 실제로 역주행을 하는 거다. 권상우씨가 워낙 욕심이 많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못하게 하면 삐져버리기 때문에 직접 한 것도 많다. 마지막에 추돌하는 장면에선 상우씨가 차 밑으로 들어갈 뻔했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6개월 동안 촬영을 하면서 사고가 하나도 없었던 것은 정말 모두에게 감사한다.
-권상우씨와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일단 뛰어> 때부터 같이 작업을 했고,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직접 대역을 해줬다. 지금은 몸이 많이 불었는데, 그전에는 상우씨랑 몸이 비슷했다. (웃음) 그래선지 이제는 상우씨가 어떤 스타일의 액션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욕심을 부리는지도 안다. 상우씨는 화려한 거, 몸을 날려서 할 수 있는 걸 좋아한다.
-배우가 직접 위험한 액션을 선보이려면 위험한 순간이 많을 텐데. =대부분의 경우 주연배우가 다치면 촬영이 멈추니까, 대역을 쓴다. 김성수 감독님도 상우씨가 직접 하는 건 만류하는 입장이었다. 근데 문제는 이 친구가 너무 욕심이 많고 단호하다는 거다.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장면도 스턴트맨이 한번 촬영한 걸 다시 자기가 직접 했다. 똑같은 그림이 나온다면 배우가 직접하는 것이 가장 좋긴 하다. 시멘트 공장의 8 대 1 액션도 상우씨가 직접 소화한 분량을 길게 롱테이크로 썼다. 중간에 거짓말로 차는 게 보이는 순간이 있긴 했지만 감독님도 본인이 직접 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무술팀 입장에서는 배우가 직접 액션을 소화하는 게 불만이지 않을까. 할 일이 줄어드는 셈인데. =연기자들도 하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상우씨에게 몇 개월 동안 특훈을 실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액션팀이라 해서 연기는 하면 안 된다는 편견도 깨고 싶다. 우리 팀 동생들에게도 재즈댄스, 연기수업을 받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