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비디오 > 비디오 카페
글쎄, 아줌마 아니래두
2001-08-09

비디오카페

대여점에서 고객이 나를 부르는 다양한 호칭 중에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아줌마’이다. <씨네21>에서 ‘아줌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부 필자도 있지만, 아직 미혼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는 ‘아줌마’라 불리는 것이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 바로 ‘아줌마’이다.

처음 오는 고객은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아줌마’로 말을 시작한다. 처음엔 진지한 어조로 “저, 아줌마 아닌데요”로 해명을 하지만, 기분이 좀 나쁠 땐 아줌마란 호칭을 들으면 “어디 제가 아줌마로 보여요?”라고 흥분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면역이 되어 그들에게 아줌마로 인식되는 것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내가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고객의 부류가 바로 ‘아줌마’집단이다(아줌마들을 특별히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특징은 연체료에 대한 인식이 가장 없는 고객 중에 속한다는 것인데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연체료를 깎는 재주들이 있다. 이들에겐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첫째 흥분파. ‘연체료가 있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을 치켜뜨거나, 격한 발언들을 한다. “아니, 동네사람들끼리 이럴 수가 있나?”에서부터 “갈 데가 여기밖에 없는 줄 아느냐?”며 협박을 일삼는다. 둘째 폭력파. 대개의 아줌마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데, 연체가 있다고 하면 내가 보는 앞에서 아이들을 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못살아, 빨리 갖다 주랬지?” 하며 아이들을 때리면, 아이 맞는 게 불쌍해서 연체료를 깎아줄 수밖에 없다. 셋째 변명파. 비디오 하나 늦게 갖다주는 데 무슨 이유가 그리 많은지 나를 붙잡고 집안사정을 다 이야기한다. 내가 깎아준다고 할 때까지 이유가 계속 추가된다.

물론, 적극적인 지성파들도 있다. 얼마 전 다섯명의 아줌마들이 찾아와 성인용 비디오의 재킷이 너무 야하다고 어린이들이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울 것을 요구했다. 물론 이런 아줌마들은 적극 환영이다. 사실, 흥분파, 폭력파, 변명파 아줌마들도 밉지는 않다.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