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파를 탄 한국방송의 <개그콘서트>는 신선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킨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를 소재로 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말장난이나 개인기만 치중했던 코미디 프로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
이날 개콘 꼭지 가운데 ‘고고 예술속으로’에서 강유미와 안영미는 줄기세포를 김밥에 빗대고 황우석·노성일 박사의 기자회견을 패러디하는 개그를 선보였다. 이야기는 세 친구가 소풍을 갔는데 안영미가 김밥을 가져왔다고 주장하지만 친구들이 김밥이 없다고 말하면서 시작된다.
안영미가 황 교수를 패러디했다. “김 11장에 기름을 발랐으나 제작과정에서 단무지 줄기가 오염돼 김 6장이 한꺼번에 썩어버렸고, 3장은 말라 비틀어졌으며 나머지 2장은 맛살을 넣기도 전에 강모양이 바꿔치기한 것 같습니다. 김밥을 테라토마 실험을 통해 스키드마우스에게 먹여 에이치엘에이(HLA·조직적합성) 반응이 나타났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어 강유미도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을 패러디했다. “여러분, 제가 바로 토사구팽 당했습니다. (눈약을 집어 넣은 뒤) 제가 삼종이에게 찾아가 물었습니다. ‘니가 지단을 만 것이냐, 지단을 말라고 시킴을 받은 것이냐? 형에게 다 털어놔라.’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티브이의 시사 꼭지나 연예 꼭지에선 황 교수 문제를 다루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황 교수에 대해 비판적이면 곧바로 황 교수쪽 지지자들로부터 융단폭격을 받기 때문”이라는 게 솔직한 것 같다.
코미디는 그 사회의 부조리를 들춰내고 꼬집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날 ‘고고 예술속으로’는 시사풍자의 가능성을 보여 반갑다. 하지만 일부 황 교수 지지자들은 개콘 게시판을 도배하며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개콘은 지난해 12월 ‘봉숭아학당’에서 전국 1등 유상무가 “주말에 쉬면서 황우석 박사 논문이 실린 <사이언스>를 봤는데, 잘 썼더라. 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떠드냐? 그냥 연구나 하시게 놔두라”고 말했다. 이 역시 패러디일 뿐이었다.
황 교수가 신성화될 필요는 없다. 노성일 이사장도 패러디됐고, 서울대 조사 위원들도 패러디 될 수 있다. 그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가는 코미디 소재가 얼마나 열려 있느냐로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개그콘서트 김석현 피디는 “한국사회선 어떤 집단을 코미디 소재로 삼았을 때 감히 코미디 프로가 소재를 삼느나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황 교수 사건을 놓고 어느 한 쪽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단지 사건이 너무 허무하게 돌아가는 것을 꼬집으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