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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찍을 땐 맞아도 좋았다, <싸움의 기술>의 박기웅
오정연 2006-01-05

교실문을 드르륵 열고 재훈이 등장하는 순간. 마치 순정만화 속 문제아 남학생과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의 시점이라 보아도 좋을 정도로 그의 미모(?)는 눈에 띄었다. 문제는 이 영화는 순정스러운 학원물이 아니라는 점. <싸움의 기술>은 징글징글한 약육강식의 세계인 학교를 배경으로 병태(재희)의 성장담을 보여준다. 왕따인 병태의 친구로 끝내 학교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재훈을 연기한 박기웅(20)의 연기 경력은 일본의 옴니버스 공포영화 <괴담>과 드라마 <추리다큐 별순검>, 그리고 한편의 뮤직비디오가 전부다. 어디선가 마주친 듯한 앳된 얼굴.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그의 소감이 궁금했다.

-일본영화 <괴담>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소속사 사무실과 협력사인 일본 매니지먼트사에서 한국 배우를 구한다는 연락이 와서 오디션에 응했다. <괴담> 중 ‘병원’편의 주연이었는데 일본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이어서 일본어 대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일본에서 올 가을 개봉했는데 아직 완성본을 못 봤다. 그냥 망한 모양이다. (웃음)

-<싸움의 기술>에 처음 등장할 때는 제법 터프해 보여서 항상 맞고 다니는 병태한테 힘이 되어줄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더라. =주어진 설정은 서울에서 좀 놀았던 자존심 센 아이,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애였다. 그래서 나중에 많이 맞고 결국은 병태가 복수를 결심하는 열쇠가 될 수 있도록. 근데, 잘 안된 것 같다. 얼마 전 기자시사에 참석했을 땐 그런 행사가 처음이어서 무척 떨리더라. 찍은 장면이 편집된 걸 깨달았을 땐, 당연히 아쉽고. 한 장면 한 장면 힘들여 찍었으니까.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워낙 많이 맞는 역할이라 고생도 많았겠다. =어떤 장면은 찍고서 3일을 누워 있었다. 촬영 전부터 맞는 장면은 정말 맞아야 한다고 결정을 했었으니까. 또래 배우들 중에서 제일 어렸는데, 병태와 재훈을 심하게 괴롭히는 빠코로 출연한 승진이형이랑 제일 친하게 지냈다.

-꽃미남 예비스타로 다른 배우들과 함께 기사화된 걸 봤다. 그런 외모를 지녔으면서 하필이면 이런 험한 영화에 출연을 결정하다니. =음, 신인답지 않게 건방지다는 얘기는 가끔 듣는데. (웃음) 농담이다. 세번의 오디션 끝에 캐스팅됐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정말이지 배우들이 흔하게, “처음 본 순간부터 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딱 그 심정이었다. 내 역할 같은, 열심히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학교 시절엔 어떤 스타일이었나. =때리지도 않고 맞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공부만 빼고 여러 가지를 했다. 밴드 보컬도 하고, 미술부도 하고, 육상선수도 했고. 정말 잘하는 한 가지는 없었던 것 같다. (웃음)

-앞으로 계획은. =준비하는 영화가 하나 있다. 거의 주연급으로 캐스팅 계약 직전이지만 밝힐 순 없다. 다들 영화는 도장 찍기 전에는 모른다고 한다. <싸움의 기술>도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가까운 친구한테도 말을 안했으니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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