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보다 인기 위주 ‘그들만의 잔치’ 비슷한 내용·형식에 시청자 채널 선택권 무색
지상파 3사의 2005년 연기대상 시상식이 지난달 30, 31일 일제히 열렸다. 방송사별로 최고의 영예인 연기대상은 문화방송에선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가, 한국방송은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이, 에스비에스는 <프라하의 연인>의 전도연이 각각 수상했다.
하지만 2005년 역시 해마다 되풀이돼 온 연기대상 시상식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아 상에 대한 권위를 떨어뜨리고 시청자들을 식상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인기 위주 및 논공행상식 수상자 선정, 공동 수상 등으로 인한 수상자 양산, 과도한 자사 프로그램과 스타 띄우기 등이 꼽혔다.
문화방송의 경우 수상 후보를 연기력보다는 인기 위주로 선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상 후보에 김선아와 <굳세어라 금순아>의 한혜진, <신입사원>의 문정혁 세 명이 올랐으며, 남자 최우수상에 문정혁과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빈이, 여자 최우수상 역시 김선아와 한혜진이 공동 수상해 시청률이 높았던 몇몇 드라마 주연들이 독식했다.
이에 대해 한 시청자는 “후보자나 수상자 가운데는 정말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인지 의문이 드는 배우도 있었다”며, “대상이나 최우수상이라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의 주연보다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에게 상을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나친 논공행상으로 상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거셌다.
한국방송은 연기대상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두 명 이상의 공동 수상자를 냈고, 신인연기상 남자 부문에서는 세 명의 공동 수상자를 선정했다. 그 결과 본상 수상자만 20명이 넘었다. 문화방송도 남녀 최우수상을 비롯해 두 명 이상의 공동 수상자를 냈다. 에스비에스도 10대 스타상, 특별기획 부문상 등 다양한 상을 만들어 많은 연기자들에게 상을 주었다.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연기력보다는 시청률과 인기를 고려한 수상자 선정, 신세대 스타들의 자사 방송 출연을 시키기 위한 수단, 특정 연예기획사에 대한 눈치보기 등을 고려한 공동 수상자 남발과 선심성 시상이라는 연기대상 시상식의 해묵은 문제점이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신세대 스타들의 팬층을 제외한 상당수 중장년층 시청자 가운데는 지난달 30일과 31일 밤 비슷비슷한 내용의 시상식 방송 때문에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느라 텔레비전 채널을 계속 이리저리 돌린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청자는 “지상파 3사가 일제히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내용의 시상식을 중계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나마나 한 시상식, 보나 안보나 뻔한 결과의 남발을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며, “채널 선택권이란 말이 무색하게 ‘그들(방송국)만의 집안잔치’를 봐야 하는 형편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 가운데는 김선아, 김명민, 한국방송 <장밋빛 인생>의 최진실, 손현주 등 정말 상을 받아야 할 배우가 선정돼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연기력 있는 수상자들의 상이 더욱 빛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상의 권위를 인정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선정방식을 마련해야 할 과제가 이번 2005년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