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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아름다움
2001-08-09

한국의 문화와 풍속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2편

KBS 위성2TV <아이 러브 코리아> 월∼금 오전 10시40분

MBC <한국에 가고 싶다> 월∼수 오후 0시20분

불과 300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경기에 대한 소식이나 ‘관광한국의 원년 선포’도 혹서와 홍수에 지친 민심을 쉽사리 일으켜세우지 못하는 모양이다. 큰 일 앞두고 집안단속하느라 분주할 시기건만, 제 몸에 난 생채기를 치료하는 것이 더 시급한 우리의 모습이다. ‘88올림픽의 영광을 재현’ 어쩌구 하며 방송가를 달구어대던 초반 홍보열기도 더위에 한풀 꺾여 팍 시들해진 느낌.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몸을 바짝 낮춰 제철을 기다리는 프로그램이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란 게 만국의 공통어인 스포츠를 팔아 남는 장사를 해보자는 자리인 만큼, 개최국은 다양한 전략 전술로 방문객의 눈길과 입맛을 공략하는 것이 최대 과제. 이때만큼 방송이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는 때가 없다. 국민계몽이 따로 없는 요즘, 우리도 모르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알리느라 때이르게 바쁜 두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KBS에서 아침 저녁으로 방영하고 있는 <아이 러브 코리아>와 MBC의 <한국에 가고 싶다>가 그것.

지난 1999년 1월 방송을 시작한 <아이 러브 코리아>(연출 안동숙)와 올해 4월부터 방영된 <한국에 가고 싶다>(연출 김승래, 김윤기)는 대표적인 명소 알리기 프로그램으로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하나의 명소를 소개하고 그에 따른 먹을거리와 이벤트 등을 소개한다. 매주 진행자를 바꿔가며 한국의 명소를 소개하는 <…코리아>는 불과 몇주 전까지 ‘맛따라 멋따라’식의 단순 기행록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들으면 척 알 만한 곳으로 안내해 뻔한 레퍼토리를 읊어대지만 실제 도움이 될 만한 교통편 안내나 경비에 대한 소개는 빠져 있기 일쑤여서 정보를 얻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불평이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소감이 접수된 탓일까. 얼마 전부터 제작진들은 진부하다 싶은 소재는 최대한 자제하고 직접 발벗고 뛰면서 건져올린 생생한 내용을 식탁에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7월23일 방영된 ‘한국의 전통정원’편에서는 궁궐 정원의 대표격인 창덕궁 후원과 민가의 정원 두곳을 함께 소개했는데,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는 창덕궁의 비경과 계류서원(흐르는 연못으로 둘러싸인 서원)으로 유명한 소쇄원과 성락원의 모습은 우리에게조차 낯선 아름다움을 풍기는 새로운 명소였다. 이 밖에도 서울 문정동 로데오거리나 북창동 먹자골목 등의 숨겨진 명소나(8월1일 방영), 한국인들도 미처 알지 못한 소규모 박물관의 위치와 전시내용(8월2일) 역시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에게도 새로운 정보들. 외국인들에게 한국 여행 때 불편했던 점과 가보고 싶은 곳 등을 묻고 그 대답을 바탕으로 좀더 실용적인 내용 구성을 꾀한 것이 주효했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자막설명이나 캡션방송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같은 지적에 담당 PD는 “실제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공중파 프로그램을 챙겨보면서 도움을 얻으리라고 생각한다면 무리다. 이 프로그램의 존재가치는 내국인들이 관광 정보를 얻어 결과적으로 한국 방문객들에게 좀 더 양질의 서비스를 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4월부터 MBC에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자정에 방영되는 <한국에 가고 싶다>는 또 다른 의미에서 홍보 프로그램의 모델이 될 만하다. 아줌마의 가위질 소리가 47년이나 계속돼온 성북동 이발관에서부터 손때 찌든 중고물품으로 가득한 황학동 거리와 추억의 맞춤양복점, 600년 된 빨래터까지 우리의 옛 살림살이들을 죽 꺼내 전시하는가 하면, ‘2001 입영열차 풍속도’, ‘남대문시장의 홍보 라이벌전’, ‘이태원의 밤- 먹자거리’ 등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기도 하는 이 거울같은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기’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이다. 이는 외국인에게도 필시 흥미로운 한국읽기 자료가 될 것이다. <한국에 가고 싶다>가 흥미로운 또 한가지 이유는 홍보 프로그램이 의례것 가지는 특징이라 할 ‘연출된 즐거움’ 혹은 ‘떠들썩한 이방인’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 데 있다. 흔히 홍보 프로그램 하면 가벼운 캐주얼복 차림을 한 리포터가 연신 “어머, 너무 멋져요”, “어머 너무 맛있어요”를 반복하다 끝나기 일쑤인 데 비해 <한국에…>는 시종일관 고즈넉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이끈다. 리포터 역시 굳이 맛을 보겠다고 종가집 된장독에 손을 담그는 누를 범하지도, 못하는 솜씨를 굳이 부리겠다고 용감하게 현장으로 덤벼들지도 않는다. 종종 문학의 한 갈피를 인용하는 나레이터의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우리 문화가 뿜어내는 향기에 푹 빠져 있게 된다. 그 향취에 동참해 정보도 얻고 상식도 쌓으면 좋을 듯.

심지현/ 객원기자 simssisi@dreamx.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