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일일 연속극 <맨발의 청춘>이 오는 30일 끝을 맺는다. 이른바 조기 종영이다. 지난 10월초 방영한 이래 석 달도 안돼 막을 내리는 이유는 낮은 시청률 때문이다.
<맨발…>은 30% 안팎 시청률로 효녀드라마 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금순아〉의 바통을 넘겨 받아, 문화방송 쪽에선 시청률도 이어가길 바랐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 한국방송 일일드라마 <별난여자 별난 남자>의 시청률은 30%를 웃돌 정도로 치솟았지만, <맨발…>은 10% 아래를 맴돌았다.
이 드라마의 조기 종영설은 사실 11월부터 흘러나왔다. 이 시기 문화방송 안팎에선 일일 연속극과 함께 주말 드라마의 시청률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신돈>은 ‘혼돈’이고 <맨발의 청춘>은 ‘맨땅의 청춘’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오가곤 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방송사의 드라마 조기종영은 시청률이 기준이 됐다. 드라마 내용이 좋거나 작품성이 높더라도 시청률이 낮으면 조기종영이라는 딱지를 붙여야 했다. 올해 전파를 탔던 방송 3사의 드라마는 6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권상우·김희선 주연의 <슬픈연가>, 가수 이효리를 내세운 <세잎 클로버>, 신화의 멤버인 전진이 주인공으로 나온 <해변으로 가요> 등 조기종영으로 사라졌다.
조기종영 드라마 가운데 작품성이 떨어지고 시청률이 낮아 자연스레 퇴출된 경우도 있지만, 참신한 시도로 마니아 계층을 형성한 작품도 있었지만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조기종영의 쓴잔을 마신 경우도 많다.
지난 9월 추석 맛보기 프로그램으로 방송됐던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은 가을 개편에서 첫 선을 보인지 불과 한 달 만에 조기종영 됐다. 별순검은 추리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호평에도 경쟁사의 오락프로그램에 밀려 시청률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에스비에스 <귀엽거나 미치거나>도 재벌 드라마에 대한 패러디와 외모 지상주의를 비꼬는 블랙 코미디로 눈길을 끌었으나 끝내 시청률의 장벽을 넘지는 못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방송사들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지면 시청자들이 골라 볼 수 있게 하는 재미를 앗아가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며 “시청률도 나름대로의 평가 잣대이기는 하나 유일한 잣대로 남아선 안 되며 공익성과 완성도 등 다양한 평가를 편성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