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엄정화·이동건·김래원·박솔미 일본 진출 앞다퉈 한·일 연예산업계 모두 신바람…양질 드라마 뒷받침돼야 성공 가능
왼쪽부터 이동건, 박솔미, 엄정화, 에릭, 김래원, 조현재
무수한 별들이 대한해협을 건너고 있다. 지던 별들은 재기를 꿈꾸며, 뜨는 별들은 드넓은 대지를 그리며 바다를 넘는다.
우선 ‘에릭’ 문정혁이다. 18~20일 일본 <후지티브이>가 여는 겨울 축제 ‘핫 판타지 오다이바’에 다녀왔다. 그가 내린 일본 나리타 공항에는 수백명의 팬들이 모여들었고, 일간신문·잡지 등 다양한 매체의 인터뷰와 방송 출연이 숨쉴 짬없이 이어졌다. 문정혁이 출연한 드라마 <신입사원>이 지난달 말부터 후지티브이에서 방영되고 있는데, 청년실업 문제를 흥미롭게 다룬 덕에 일본에서도 공감을 더하고 있다.
엄정화도 21~23일 일정으로 일본에 들렀다. 엄정화가 출연한 <12월의 열대야>의 종영 일주일을 앞두고, 일본 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니혼티브이> 스튜디오에서 200여명의 팬을 모아놓고 행사를 열었다. <12월의 열대야>는 지난 9월부터 일본 위성방송 <소넷>에서 방영돼 왔다.
조현재는 30~31일 일본 팬 1천명을 모아놓고 팬 미팅을 연다. 지난해 배용준과 함께 출연한 영화 <스캔들>에 이어 2003년 국내에서 방영된 드라마 <러브레터>가 최근 일본의 한국 전문 채널 <케이엔티브이>와 후지티브이 위성채널을 통해 2~3차례 방영되면서 인기를 얻어왔다.
<겨울연가>와 <올인> 등으로 일본에서 인지도를 높여온 박솔미도 일본에 진출한 ‘싸이월드’의 모델로 뽑히면서 내년 초 여러 프로모션들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아사히티브이>가 제작하는 요리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도 내정돼 내년 3월 촬영을 시작한다.
앞서, <파리의 연인> <유리화> 등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이동건은 지난 5일 도쿄에서 ‘한류 스타와의 만남’ 행사에 참석했고,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김래원은 4일 <케이엔티브이>가 연 팬 미팅 행사에 자리했다. 이뿐 아니라, <겨울연가> <가을동화> <여름향기> 등에서 어머니 역을 맡았던 중견 탤런트 김해숙도 20일 일본에서 자서전 출판 기념회와 팬 미팅을 열어, 한류 스타의 세대 폭을 넓혔다.
연예인들의 일본 진출 러시가 활발히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과 한국의 방송연예 산업계의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후지티브이가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문정혁을 ‘키우는’ 것은 배용준을 앞세워 한류 특수를 누린 <엔에이치케이>에 맞서기 위해서다. 또한 문정혁의 소속사인 굿엔터테인먼트 쪽도 그룹 ‘신화’의 인지도와 함께 드라마 <신입사원>으로 얻고 있는 인기로 문정혁이라는 콘텐츠를 더 넓은 일본 시장에서 판매할 호기를 잡았다. 일본 쪽 방송사 등과 한국 쪽 연예기획사의 합작으로 프로모션이 잇따라 열리는 것은 엄정화나 조현재 등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특히 일본이 한국 연예인들의 프로모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일본의 방송 콘텐츠 수익 구조에서 기인한다. 한국의 경우 드라마 방영으로 얻는 직접 이익과 부가 이익의 비율이 7대 3이라면, 일본은 3대 7인 것. 일본의 최대 시디·디브이디 판매·대여업체인 ‘쓰타야’를 보유하고 있는 시시시(CCC) 그룹 계열 컬처퍼블리셔즈의 요시무라 다케시 대표는 “드라마 방영으로 얻는 수익이 30%라면, 비디오 팩키지 판매 등 부가 수익이 70%에 달한다”며 “이 때문에 드라마 방영은 프로모션적인 기능과 의미가 강하며 부가 수익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방송연예 관련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 연예인들을 불러 각종 프로모션을 열며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배용준으로 대표되는 한류 스타를 잇는 한국 배우를 발굴해 한류 특수를 이어가려는 일본 쪽 전략도 반영된 현상이다. 후지티브이 편성부의 다네다 요시히코 주임은 “배용준, 이병헌, 원빈, 장동건 등 4천왕의 뒤를 잇고 있는 배우가 없어 한국 드라마의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드라마를 주축으로한 일본의 한류가 지속 가능하도록, 차세대 한류 스타의 발굴이 일본 쪽 프로모션에 힘입어 계속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쪽에서 보면 분명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좁은 시장과 일률적인 문화 소비 행태 등으로 연예인들이 단명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일본의 탄탄한 대중문화 산업 구조는 한국 연예인들의 돌파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스타 마케팅 일변도에 대한 우려의 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컬처퍼블리셔즈의 요시무라 다케시 대표는 “배우 이름 하나에 기대지 않고 양질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앞으로 한류를 지속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꼬집었다.